최규선(崔圭善)씨의 녹음테이프와 함께 이메일 사용내역이 검찰수사의 새로운 ‘키’로 떠올랐다. 최씨의 인적 관계망과 로비 흐름에 관한 단서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상대와 내용에 따라서는 사건의 판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검찰은 7일부터 최씨의 이메일 계정 4개에 대한 감청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검찰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함구하고 있지만 몇몇 ‘유의미한’ 메일 상대와 내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최씨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와 메일을 주고 받은 것이 사실인지 여부. 김홍걸(金弘傑)씨의 동서인 황인돈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최씨에게서 ‘정연씨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이로 곧 한나라당 국제특보로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최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을 아무 검증도 없이 발표했다”며 펄쩍 뛰고 있고 최씨 본인도 “정연씨와 메일을 교환한 사실이 없으며 황씨에게 이 전 총재와 관련한 어떠한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발을 빼는 상황.
그러나 만의 하나 황씨의 진술대로 정연씨와의 메일 교환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것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은 간단치 않다. 대통령 아들로 모자라 야당 총재의 아들에게까지 손을 뻗쳤다는 상징적 의미는 둘째치고 홍걸씨에 이어 정연씨와 최씨의 관계가 새로운 의혹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특히 최씨의 한나라당 당직 임명과 관련된 구체적 대화가 오갔을 경우 그간 구설에 자주 올랐던 정연씨의 한나라당 인사 개입의혹으로 번질 개연성마저 있다.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과 교환한 메일의 존재여부도 관심거리다. 최씨는 이 전 총재에게 돈을 줬다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주장은 부인하면서도 “이 전 총재의 방미일정과 관련,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측은 “당시 최씨가 미국 인사들과의 면담주선을 자청하면서 한 두차례 일방적인 메일을 보내온 것은 사실이지만 당은 무시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역시 검찰의 감청작업에서 진위가 가려질 부분. 이밖에 국제적인 관계망을 동원한 최씨의 로비양상 역시 이메일 감청에서 일정부분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