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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러시아 연극전설 유리 류비모프 "생각할 힘 있는한 연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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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러시아 연극전설 유리 류비모프 "생각할 힘 있는한 연출 계속"

입력
2002.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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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극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연출가 유리 류비모프(85)가 자신의 타강카극단을 이끌고 한국에 처음 왔다.의정부음악극축제 초청으로 10, 11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피터 바이스의 문제작 ‘마라와 사드’를 공연한다. 지난해 만든 작품이다.

84세에 신작을 발표하다니, 놀랍다. 의정부음악극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작품은 이미 아비뇽 페스티벌, 홍코 아트 페스티벌 등에서 대단한 찬사를 받으며 거장의 건재를 확인시켰다.

직접 만나보니 더 놀라웠다. 걸음걸이며 몸짓이 고령이 믿기지 않을 만큼 활기차고 정열적이다. 얼굴도 60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말에서는 유머와 명철함이 번뜩인다.

“은퇴요? 생각할 힘이 있는 한, 배우들을 붙잡고 연습시킬 힘이 남아있는 한, 계속 활동할 겁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9월에는 모스크바의 타강카극장에서 평생 별러온 ‘파우스트’를 공연합니다. 아흐마토바 등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 시인의 작품을 무대화할 계획도 갖고 있죠.” 동석한 부인은 남편이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한다고 귀띔했다.

러시아혁명의 해인 1917년 태어난 그는 1964년 타강카극단을 설립, 러시아 연극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는 쇼스타코비치, 슈니트케, 데니소프 등 최고의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전부를 무대화한 것을 비롯해 푸쉬킨, 체호프, 파스테르나크 등 러시아 작가의 작품부터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의 고전, 현대 희곡까지 수많은 작품을 연출했다. 러시아 연극의 강력한 전통은 류비모프의 등장으로 더욱 찬란해졌다.

그의 극장이자 극단인 타강카는 러시아 지성의 집합소 같은 곳. 소비에트 이데올로기의 억압에 저항하는 체제 비판적 작품을 계속 올렸다.

당국으로선 골칫거리였지만 지식인과 대중은 열광했다. 그는 결국 추방됐다.

“1983년 런던에서 ‘죄와 벌’을 연출하고 있을 때, 구소련 문화성이 제 시민권을 박탈해 귀국할 수 없게 됐죠. 그 바람에 유럽에서 많은 오페라를 할 수 있었는데,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구소련 붕괴 후 추방령이 풀렸다. 망명자로는 처음으로 귀국 승인을 받고 1997년 돌아가 타강카를 재건했다.

유럽 망명 시절 스칼라, 코벤트가든 등 최고의 극장에서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보리스 고두노프’ 등 20여 편의 명작 오페라를 연출해 격찬을 받았다.

류비모프와 타강카극단의 내한은 일본에서 열리는 연극제에 초청받아 가는 길에 들른 것이다.

의정부에서 이틀만 공연하고 떠나는 게 아쉽다. 현존 세계 연극계 최고 거장의 작품을 어쩌면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 것을 권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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