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조에 속한 슬로베니아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최대이변을 연출할 다크호스로 꼽힌다.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연방에서 독립, 본선무대에 처녀 출전하는 신생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은 28위지만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 본선진출에 이어 지난해 월드컵예선에서 동유럽의 강호 신유고연방과 루마니아를 차례로 무너뜨린 저력이 있다.
슬로베니아 국민도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첫 출전, 4강에 오른 이웃 크로아티아를 떠올리며 자국팀이 돌풍의 주역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런 확신의 배경에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30대 감독 스레츠코 카타네치(39)와 전천후 플레이메이커 즐라트코 자호비치(31ㆍ벤피카)가 자리하고 있다.
▼조직력을 앞세운 공격축구
3-5-2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상대의 전술에 따라 3-4-3, 4-4-2시스템을 병행한다.
공격에 무게중심을 둔다. 측면 속공과 전체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최대 강점이다. 최전방에는 밀란 오스테르치(27ㆍ하포엘 텔아비브)와 믈라덴 루도냐(31ㆍ잉글랜드 포츠머스)가 투 톱으로 서고 자호비치가 처진 스트라이커 겸 미드필더로 공격 타이밍을 조율한다.
자호비치가 공격의 물꼬를 뜨면 미드필더 미란 파블린(31ㆍ포르투)과 루도냐 등 힘과 스피드가 좋은 선수들이 좌우 측면을 돌파, 상대문전을 협공한다. 지역예선 20골중 10골을 뽑아낸 미드필더들의 2선공격 및 순간 침투도 날카롭다.
볼 키핑력이 좋은 마린코 갈리치(32. 루다르)가 이끄는 스리백 수비라인도 안정돼 있다. 강팀과 맞붙을 때 포백을 쓰기도 하지만 허리진영의 수비 커버플레이도 원활한 편이다. 2000년부터 골문을 지켜온190cm 장신의 마르코 시메우노비치(35 마리보르)는 위치선정, 공중볼 처리가 탁월하다.
▼팀의 희망 자호비치
현란한 드리블을 앞세워 상대진영을 종횡무진 유린, 슬로베니아의 지단으로 불린다. A매치 60경기에서 30골을 뽑아냈고 월드컵 예선에서도 4골을 넣었을 만큼 킬러본능도 걸출하다.
정확한 패스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기습적인 슈팅, 경기의 흐름을 읽는 넓은 시야도 겸비했다. 16세 때부터 유고의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에서 프로생활을 시작,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미드필더로 팀을 본선에 진출시켜 스타로 떠올랐다.
포르투갈에서 활약중인 그는 전방 스트라이커 오스테르치와 2인조 공격앙상블을 이룬다. 월드컵 예선전에서 3골을 기록한 오스테르치는 높은 점프력과 장신(185cm)을 이용한 헤딩슛이 위협적이다.
▼약점 및 예상성적
자호비치를 제외하곤 확실한 킬러가 부족하다.
또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다소 느슨하고 공수전환의 템포가 상대적으로 느린 점도 개선해야 한다. 스페인 파라과이 남아공화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슬로베니아는 16강 진출을 목표로 한다.
객관적 전력상 파라과이와 조2위 자리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기존판도를 뒤엎을 잠재력은 충분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슬로베니아 어제와 오늘
슬로베니아는 면적 2만251㎢, 인구 192만명에 독립한 지 11년째의 소국이다.
발칸반도 북서부, 알프스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슬로베니아는 동구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가장 부유해 발칸의 스위스로 불린다. 이런 나라가 1992년 국제축구연맹에 가입한지 1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은 기적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토의 50%가 산지인데다 목초지가 발달해 있어 자연환경이 축구에 적합하다. 집 근처를 벗어나면 공을 찰 만한 풀밭이 널려 있다. 축구역사도 깊다. 슬로베니아는 91년 독립하기 전 동구의 강호인 옛 유고연방 소속이었다.
유고연방은 1920년에 축구연맹이 창설됐을 정도로 일찍부터 축구가 성행했다.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자호비치 등 상당수 선수들이 독립 전 유고의 클럽팀에서 활약했다.
여기에다 철강 등 공업의 발달로 1인당 국민소득(GNP)이 1만900달러(지난해 기준)에 달해 여가문화가 생활의 일부로 뿌리내렸다. 1ㆍ2부 리그, 18세 이하ㆍ16세 이하 리그 등에 소속된 클럽만도 1,000여개에 달한다. 축구열기는 지난해 월드컵 예선통과를 계기로 하늘을 찌른다.
인기 스포츠인 스키나 농구를 앞지른다. 독립과정에서 무력충돌을 빚었던 신유고연방과 맞서 1승1무로 제치고 본선 티켓을 딴 탓에 축구사랑은 애국심과 동의어가 됐다. 이런 것들이 슬로베니아를 단시일 내 축구강국으로 부상시키고 있는 배경이다.
김정호기자
■카타네츠 감독
“우리는 전통을 깨는 데 익숙하다. 또 한번 이변을 연출하며 16강에 진출할 것이다.”
월드컵 본선진출 32개국 사령탑 중 최연소인 슬로베니아의 스레츠코 카타네치(38) 감독은 월드사커 5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자신있는 태도를 보였다. 유럽 예선전에서 선보인 슬로베니아돌풍을 본선 무대에서도 재연하겠다는 각오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예선에서 슬로베니아가 탈락하자 34세에 대표팀 지휘봉을 넘겨 받은 카타네치는 조직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혈질인 성격 탓에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훈련을 계속, 공수의 균형을 갖춘 팀으로 거듭나게 했다.
그 결과 월드컵 예선에서 5승5무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루마니아를 꺾고 본선 티켓을 따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선수시절 수비수로서 옛 유고와 슬로베니아 국가대표를 지낸 카타네치는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이탈리아의 세리에 A에서 활약했었다.
그는 월드컵처럼 큰 무대에서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월드컵 첫 출전인 슬로베니아가 객관적 전력상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정신력과 투지로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는 “ 가장 중요한 것은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고 용감하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큰 경기에서) 운이 많은 것을 결정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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