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엔터테인먼트는 튜브와 합병을 논의하다가 8일 중단키로 최종결정하고 튜브에 파견했던 실사팀을 자사로 모두 복귀시켰다.이 과정에서 튜브의 협상대표는 누구였을까. 현재 영화진흥위원인 김승범 이사다.
황우현씨가 법적 대표이사이기는 하지만 충무로에서는 아직도 김승범씨를 ‘대표’라고 부른다. CJ측 관계자는 “양사의 관계에 대한 모든 협상 과정을 김승범씨와 협의했다”고 전했다.
왜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질까.
김승범씨는 2000년 1월21일 영진위원(위원장 유길촌)에 선임됐고, 그 해 3월 이사로 자진 강등했다.
영화진흥법 및 시행령에서 ‘영화제작, 수입, 배급, 상영을 업으로 하는 영화업자’는 진흥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얕은 꾀를 부렸던 것이다. 이은 명필름 공동대표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시기에 이사로 직책을 고쳤다.
문화부 산하의 영진위는 99년 영화 정책 수립과 지원업무를 맡는 민간기구로 위원장을 포함, 10명의 위원이 있다.
이들은 정부의 영화관련 예산의 배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영진위가 운용한 예산은 857억원이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영화업자가 진흥위의 위원으로 활동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승범 이사가 임기가 끝나는 대로 바로 대표이사에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위원회를 농락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몇몇 위원이 실질적으로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영진위원직을 병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래서 “28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위원 선임에서는 ‘이사’ 명의만 도용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사 대표는 철저히 배제하는 새로운 내부 기준까지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교수인 이용관 부위원장의 행보도 시비거리가 되고 있다. 그는 3월28일부터 CJ엔터테인먼트(코스닥 등록기업)의 비상임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상 대학교수도 벤처기업의 창업과 임직원 취업이 가능하므로 법적하자는 없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는 없다 치더라도 부위원장을 마친 후 이런 직책을 가졌으면 대외적으로 모양새가 좋았을 것”이라는 게 문화부의 입장.
영진위의 관계자는 “공정한 위치에 서야 할 부위원장이 사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았다는 것은 분명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