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나스닥 지수가 사상 8번째로 큰 상승률인 7.78%나 폭등하는 등 미 뉴욕 증시가 올해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미 증시의 폭등에 절대 흥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나스닥 선물은 폭등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 증시 폐장 후 문을 연 서울 증시도 마이너스로 마감했다.8일 미 나스닥 지수는 무려 7.78%(122.47포인트)나 폭등, 1,696.29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다우존스지수도 3.10%(305.28포인트)나 급등, 1만141.83을 기록하며 다시 1만선을 회복했다. S&P 지수도 9ㆍ11테러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인 3.75%(39.39포인트)나 오르며 1,088.40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지수가 상승하자 월가 전문가들은 ‘시스코 랠리’라는 표현을 썼다. 세계 최대 네트워킹 장비업체인 시스코의 실적 호전 소식이 랠리를 주도했다는 것. 시스코는 전날 2~4월 2억3,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억3,000만달러보다 3배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스코 주가가 이날 24.24% 폭등했고 이러한 상승이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GE, 코닥 등 다른 기술주와 불루칩으로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선 “가장 업황이 안 좋은 것으로 우려됐던 장비업종의 대표주 실적이 호전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증시가 반등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추세전환을 말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나스닥 지수는 여전히 하락 추세대가 이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이날 지수가 단기 고점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폭등을 기업 실적 호전 소식에 목말라 있던 뉴욕 증시의 심리적 보상 차원으로 해석했다.
대우증권 이영권 과장도 “시스코가 장비업종의 대표주라는 점에서 일부 낙관론도 가능하겠지만 단 하루, 한 종목의 이벤트를 갖고 전체 증시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날 미 증시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은 미 증시 폭등을 우리 시장에서 물량을 터는 좋은 기회로 활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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