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을 이대로 둘 것인가.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일대에서 이곳이 한성 백제(서기 전후~475년)의 왕성임이 확실시되는 중요 유적들이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토성 전체 본격 발굴과 보존을 위한 장기 계획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1~4월 시굴(試掘)조사 결과, 291의 17~19와 298의 14번지 두 곳에서 1925년 대홍수 등으로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서쪽 벽 일부를 찾아냈다.
사적지정이 해제된 149의 39 번지 동벽 터에서도 석축과 석렬(石列) 등이 확인됐다.
이는 문화재위원회가 지난해 4월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적 지정이 되지 않은 성벽 안팎 지역에서 지하 2m이내, 지상 15m 이하의 소규모 건축을 허용키로 결정한 뒤 재건축 신청이 접수된 30여곳에 대한 시굴 조사에서 얻은 성과다.
시굴을 한 문화재연구소의 윤근일 연구관은 “지표 바로 아래만 파본 결과가 이 정도이니 땅 속에 엄청난 유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 “한마디로 ‘한국판 폼페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풍납토성은 총 둘레 3.5㎞ 가량의 성벽 중 남은 2.1㎞와 2000~2001년 조사에서 건물터와 토기 등이 무더기로 발견된 경당연립 미래마을 외환마을 부지 등 3곳만 사적 11호로 지정돼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새로 발견된 성벽 세 곳에 대한 사적 지정 여부를 17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 3분과 회의에 심의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사적으로 지정되면 건축이 전면 금지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정부에서 땅을 매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풍납토성 전체에 대한 보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형구 선문대 역사학과 교수는 “임기응변책인 현행 방식으로는 주민들 고통만 가중될 뿐 아니라, 해자 지역으로 추정되는 성벽 바깥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신축을 추진되는 것에서 드러나듯 중요 유적 훼손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당장 토성 일대 전체를 사적으로 가지정하고 단계적인 매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미래ㆍ외환마을 보상에서 이미 1,000억원 가까이 든 전례로 볼 때 발굴 및 사적공원 조성을 제외한 땅 매입 비용만도 수 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4만여 가구에 달하는 거주 주민들이 쏟아낼 각종 민원을 해결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예산 규모가 워낙 엄청난데다 부처간 협의, 민원 해결 등 어려움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전 문화재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가 그린벨트 지역 등에 대토(代土)지를 확보, 점진적으로 주민들의 이주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정부의 의지”라고 말했다.
발굴 전담기구 설립도 시급하다. 현재 풍납토성 시굴조사는 문화재연구소의 연구원 2명과 일용직 2명이 맡고 있다.
신희권 문화재연구소 학예사는 “일손이 달려 새로 발견되는 유적은 물론, 기존 유적에 대한 연구도 미흡해 안타깝다”면서 “당장 발굴에서 보존까지 장기적 계획을 수립, 시행할 전담기구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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