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은 한 민족의 흥망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문화를 꽃피우고 경제를 살찌우며, 도덕성 높은 사회를 만든 것도 교육이었다.
우리는 지금 입시 지옥이니 과외 망국이니 한탄하지만, 그나마 식민지 수탈과 전쟁의 폐허에서 이 나라를 세계의 선두 대열로 이끈 일등공신이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환경을 지키는데도 더없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하여 진정한 삶의 질이 무엇이며,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어떻게 자연과 공존하고, 우리의 금수강산을 지키기 위한 의무는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환경교육은 국민의 의식을 변화시켜 환경문제의 원인을 줄이고 해결에 동참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로 기술에 의존해 왔다. 수질관리 대기정화 토양복원 등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었고,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오염과 파괴는 계속되고, 환경문제는 여전히 국가적 난제로 남아 있다.
아무리 우수한 환경기술이 개발되어도 원인이 계속되는 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으며, 기술로 안 되는 것도 수없이 많다.
뿐만 아니라 환경기술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환경기술이다.
예를 들어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폐수처리는 전력이나 약품이 필요하고, 이를 생산하려면 대기오염이 발생하며, 처리 후에는 '슬러지'라는 쓰레기 문제가 생긴다.
또한 전력과 약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국토 어느 곳에 발전소와 화학공장을 세워야 한다. 대기오염이나 쓰레기도 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된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기술을 '셀 게임'(Cell Game)이라 부른다. 어린아이에게 청소를 시키면 이 방에 있는 쓰레기를 저 방으로 옮기고, 저 방에 있는 것을 이 방으로 옮긴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환경기술은 이 시대의 위대한 기술로 세계는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환경기술을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등과 더불어 국가 6대 전략 기술로 선정, 육성하고 있으며 시장규모도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2000년 8조9,000억원에 달했던 국내 환경산업의 시장규모가 올해는 11조8,000억원, 오는 2005년에는 18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최근 각광 받는 바이오산업과 비교해도 무려 9배나 크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월 범정부차원의 발전 전략을 수립했으며 2003년까지 모두 1조9,72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환경기술 강국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우리는 이처럼 환경기술의 개발에는 적극적이지만, 환경교육은 등한시하고 있다.
그동안 환경교육은 80년대 중반부터 사회나 과학 과목에 분산 실시돼 오다 95년부터 중ㆍ고교에서 독립과목으로 신설돼 학교장 재량으로 한문이나 컴퓨터 등과 함께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해 환경을 선택한 학교는 전체 4,691개 학교 중 겨우 17.6%(중 396, 고 430개교)이다. 중국 열풍이 부는 정보화시대에 한문과 컴퓨터보다 환경을 선택하는 학교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
환경교육은 '나보다 우리'를, '지금보다 다음'을 위한 교육이다. 이 공동체와 미래를 위한 교육이 개인의 생존과 발전 수단을 위한 과목과 선택으로 주어지면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그나마 환경을 생각하는 교육자들 덕택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등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여건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과소비, 물 부족, 잘못된 생활문화 등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산재해 있으며, 난개발과 지역이기주의, 님비 현상, 인기행정 등으로 국가 환경관리는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환경교육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이제 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환경기술 강국이 되기에 앞서 국민이 모두 ‘환경인’이 되어야 우리의 금수강산이 지켜진다.
박석순·이화여대 환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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