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이주일(39)정치판과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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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39)정치판과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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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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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치판과 연예계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연예인 인기나 정치인 인기나 그 매커니즘은 똑같다. 인기가 무섭게 올라가는 것도, 자고 나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매한가지다.

스캔들이 생기면 미국에 가서 3, 4년 머물다가 다시 한국에 오는 것도 똑같다. 스캔들 이후 오히려 주목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활약하는 남자 가수 한 명이 1980년대 말 ‘사고’를 친 적이 있다.

유부녀와 관계를 맺어 그 집안을 망하게 한 것이다. 그 집 딸은 자살을 했고 건실했던 집안은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결국 그 친구는 미국으로 도망을 갔다. 그곳에서 좌판을 벌여 시계 등을 팔다가 부잣집 연상의 여인을 만나 팔자를 고쳤다.

그는 3, 4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해 새 노래를 내고 성공했다. 스캔들이 오늘의 그 가수를 만든 것이다.

정치판도 마찬가지다. 뇌물 먹어 구속됐다가 영원히 정치판을 떠난 정치인이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 유권자는 그 사실 자체를 아예 잊어버린다.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신당 창당이네 하면서 정치에 복귀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뇌물 수수 사건으로 온 나라가 난리지만 내가 보기에는 ‘글쎄’이다.

더욱이 정치판은 배꼽 밑의 일은 불문에 부친다는 전통이 있다. 국회의원 생활을 해보니 그거 하나는 정말 잘 돼 있었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 싸우면서도 ‘바람을 피웠다’ ‘누구랑 잤다’는 얘기는 입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무용담으로 받아들인다.

미국에서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여성 스캔들 이후 인기가 치솟은 정치인이 셀 수 없이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코미디언이 국회의원이 됐다고 괄시도 많이 받았지만 누구 하나 내 여자문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코미디언이 국회의사당에 왔느냐?”라는 눈치를 주면서도 ‘전통’은 지켜줬다.

아니 그 ‘무용담’을 듣고는 나를 다시 본 동료 의원들도 많았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가끔씩 들려줬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84년 부산 코모도호텔 극장식당에 3일 동안 출연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그곳에서 공연하던 호주무용단 중 한 명이 내게 홀딱 반했다.

스물 한 살 먹은 호주 아가씨였는데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빼닮았을 만큼 예뻤다.

별 희한하게 생긴 놈이 서울에서 내려오더니 손님 1,000여 명을 자지러지게 하는 것을 보고 완전히 반한 모양이었다.

마침 그녀의 21번째 생일 잔치가 호텔에서 열렸다. 무용단 친구들과 극장식당 지배인이 50평 정도 되는 내 스위트 룸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른 단원과 지배인이 슬슬 자리를 피하는 게 아닌가.

결국 나와 그녀만 남게 됐다. 그때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불문에 부치기로 하자.

3개월 후 지배인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미스터 리’만 찾는다는 것이었다.

1주일 후 내려가보니 그녀는 거의 실신 상태였다. 그 동안 나를 보게 해달라며 식음을 전폐했다고 들었다.

“같이 서울에 올라가 살고 싶다”고도 했다. 곧바로 스캔들로 번질 상황이었다. 나는 1,000만원을 무용단 매니저에게 주며 그녀를 어떻게 하든 호주로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들은 아주 재미있어 했다. 배꼽 밑의 일을 불문에 부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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