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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감축협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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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핵감축협상 타결

입력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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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가 23~26일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 감축 협상을 사실상 타결, 21세기 새로운 전략 틀을 짜기 위한 양국의 움직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전화 통화를 통해 모크스바 정상회담에서 핵 감축을 골자로 하는 양국간 군축 협정에 서명하자는 데 합의, 그 동안 양국을 오가며 진행됐던 실무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음을 선언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모스크바로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모스크바 방문 때 핵 감축 협정에 서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혀 협상의 타결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예정된 미ㆍ러 정상회담은 냉전 후 새롭게 설정되고 있는 양국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재확인하는 축하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축 규모와 방식

부시 정부 출범 양국 정상은 지금까지 5차례의 회담과 수시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6,000~7,000 기의 전략 핵탄두를 향후 10년 내 1,700~2,200기로 감축하는 데 대체적인 합의를 이뤘었다. 냉전 해체로 과도해진 공격용 핵탄두를 줄이는 대신 미사일 방어(MD)망을 쌓으려는 미국과 핵탄두 유지 비용을 경제를 재건하는 데 전환하려는 러시아의 이해가 일치된 결과였다.

하지만 양국은 그 동안 ▦감축 탄두의 폐기 여부 ▦타결 내용의 문서화 형태▦감축 이행 감시 체제 등 몇 가지 결정적 요인으로 인해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번 러시아 정상회담을 시한선으로 지리한 줄다리기를 해 왔다.

먼저 미국은 감축하는 4,000여기의 탄두를 폐기 또는 해체하는 대신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핵탄두를 발사체에서는 떼내되 별도의 시설에 보관함으로써 국가적 위기상황 때에는 재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지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는 감축 전량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 문제는 결국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최근 “사용하지 않기로 한 핵 무기 일부를 저장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짐작되듯 러시아가 한발 물러남으로써 극적 타결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미국은 저장할 핵무기 수량과 저장기간, 실전 재배치 소요 시간 등에서 러시아의 의심을 어느 정도 불식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관측된다.

■조약이냐 협정이냐

어떤 형식으로 합의안에 구속력을 부여할지도 첨예한 쟁점이었다. 러시아는 조약(Treaty)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미국은 국회 통과 등을 감안, 협정(Agreement)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러시아는 조약이든 협정이든 연방회의(상원)와 국가두마(하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지만 미국의 경우 조약은 상원의 3분의 2, 협정은 상, 하원의 50%이상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이즈베스티야는 “양국은 이 문제를 두고 러시아는 조약으로, 미국은 협정으로 처리하기로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유는 미 의회 비준을 하루 빨리 얻어내기 위함”이라고 보도했다.

검축 이행 검증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핵무기 시설 사찰을 포함해 공식적인 검증 시스템을 원한 반면 미국은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국제 전략 분석가들은 이번 합의가 러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 것으로 보고 있다. 14~15일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아와 나토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20개국 위원회’ 구성을 위한 세부 조건들이 합의될 전망이다.

김승일기자

ks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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