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 녹음테이프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대통령 아들의 비리로 이반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꼴이다.청와대는 사태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탄식하기에 앞서, 최씨 주장 중 대통령 관련 부분은 해명하는 게 옳다. 최고통치자가 구속을 앞둔 과대망상증 정상배의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반론이 있을수 있지만, 흉흉한 민심은 그렇지 않다.
녹음테이프 내용에 접한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이다. 아무리 IMF라는 위기 상황이라고 하지만 주요한 정책결정이 비선(秘線) 조직에 의해 이뤄지고, 권력 핵심부에서 오고 간 대화의 품격이 말이 아니다.
최씨의 주장이 과장됐거나 자기중심적이라 해도 많은 국민들은 정황의 구체성과 당시 최씨와 대통령의 근접성 등으로 이를 전부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녹음테이프는 구구한 억측을 확대 재생산, 임기말을 맞은 대통령의 엄정한 국정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청와대가 최씨 주장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것이다.
밀항 강요 주장과 검찰소환 연기 협조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비서관들이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분에 대해서는 ‘날조된 엉터리’고 ‘소설 같은 얘기’ 라는 포괄적 반박이 있을 뿐 이렇다 할 해명이 없다.
대통령이 최씨에게 대선에서 신세 진 대우그룹의 외자유치를 우선적으로 배려할 것과 현대 자동차의 편의를 봐주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노벨 평화상을 타겠다고 말했다는 등의 얘기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지나치기엔 사안의 중대성이 너무 크다. 이 부분은 검찰수사로 밝혀내기가 힘들 것이다. 청와대가 해명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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