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글 쓰는 사람치고 맞춤법 검색기에 불평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한글', 'MS워드' 어느 쪽을 쓰는 사람이든 같다.사람 이름은 '노무현'도, '이회창'도 오류라는 표시로 빨간 물결선이 그어진다.
"성명까지 기본 자료에 넣지 않았을 터이니까" 이해하면서도 사람들은 빨간 줄에 긴장한다.
검색기가 신경만 쓰이게 하는 도구는 아닌가 부쩍 의심 날 때도 많다. 한글2002도, MS워드2002도 이전의 프로그램보다는 복합어를 띄어쓰기하라는 요구를 줄였지만 없애지는 않았다.
'언론 사전 검열제' '모순 된' 식으로 상당 수 복합어는 띄어 써야 빨간 줄이 없어진다. 검색단위는 단어에 한정될 뿐 문장은커녕 구에도 확대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명사에 연결어미를 결합한 '고유명사(이)니까' '고유명사(이)므로'식의 표현은 무조건 오류라 표시하는 식으로 구에는 검색의 능력이 없어 보인다.
뿐인가. 반대말 단어쌍 중 한 쪽만을 맞는 단어로 표시하는 일도 흔하다.
일관성 없는 띄어쓰기를 보여주는 예도 무수하다. 성(姓)과 호칭어를 쓸 때, '김씨'는 '김 양'과 달리 붙여 쓰기가 허용된다
컴퓨터로 글쓰기를 하는 오늘 검색기는 꺼 놓기는 불안하고 켜면 물결선으로 우리를 긴장시키는 '큰형님'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가, 많은 작가들은 검색기를 꺼놓고 일한다.
70년대 후반 미국의 벨(Bell)연구소에서 개발이 시작된 맞춤법 검색기는 컴퓨터의 타기술분야 발전과 비교하면 별 발전이 없었다. 단어의 철자, 띄어쓰기도 아직 미해결이다.
맞춤법 검색기의 느린 발전은 독점금지법위반혐의로 피소된 마이크로소프트사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주장을 제기한 이는 컴퓨터 공학전문가 브루스 왬플러(www.objectcentral.com/bruce/bruce.htm). 90년대 초까지 맞춤법 검색기 전신인 '그라마티크(Grammartik)'를 개발했던 사람이다.
당연히 그 주장에 신뢰감이 얹어진다. 왬플러에 따르면 MS사는 92년 컴퓨터시장에 나와 경쟁 중이던 한 맞춤법 검색 소프트웨어를 사들여 'MS워드'에 끼어 판매하기 시작함으로써, 경쟁적으로 맞춤법 검색기 개발을 해오던 작은 업체들이 시장을 떠나게 만들었고 이후 경쟁상대 없는 시장에서 별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맞춤법 검색기가 인기이고 각국에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그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이지만 글쓰기의 영원한 지침 '오류를 스스로 확인하라'를 능가하는 검색기는 없다 (www.bcdl.com/Documentation/GrammarUS.html)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두 맞수 한글과 MS워드의 경쟁적인 맞춤법 검색기 개발을 지켜볼 만하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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