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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중시 여부 주가 가른다

입력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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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주중시 경영 여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 대주주나 회사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소액주주 보호를 무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시장이 냉혹하리만큼 철저히 외면하고, 고배당과 오너의 이익 포기,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가상승으로 화답하고 있다.증권업계는 주주중시경영 정착이 외국인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ㆍ한국물 저평가)를 해소하고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마련과 시장시스템의 선진화를 촉구하고 있다.

■주주가치와 주가 화답

증권사들의 실적악화로 업종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한 가운데 8일 삼성증권은 8%넘게 뛰었다. 7일 이사회에서 530억원을 들여 자사주 239만5,616주를 모두 소각키로 결의하자 베어링증권 쟈딘플레밍 등 외국계창구로 매수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화 애널리스트는 "수치상 실적이 좋지 않게 나왔지만 자사주 소각발표가 삼성증권의 주주경영 정책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며 “순자산 가치의 변동 없이 주식수가 감소하고 주당순이익이 증가해 주당 2,000~2,700원의 주가 상승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대주주가 1,000억원의 차익을 포기한 대신 그 대가로 시장의 신뢰를 산 경우. 대주주인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이 지난달 말 이 회사 주식 600만2,000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을 포기해 시가로 1,062억원어치 주식을 포기한 대신 하락하던 주가를 상승 반전시켰다. CJ엔터테인먼트 주가는 8일 1만9,000원을 넘어 신주인수권 포기 이전보다 시가총액이 300억원 가까이 늘어나 대주주들의 평가이익도 그만큼 증가했다.

■주주가치 무시에 대한 시장의 외면

반면 하이닉스 채권 편입 펀드에 대한 손실 보전 논란을 빚은 외환은행 주가는 7일 5% 폭락한데 이어 증시가 크게 반등한 8일에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손실이 난 하이닉스 채권편입 펀드에 은행계정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은행측이 적지 않은 손실을 부담해야 하고 그만큼 주식가치가 훼손된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은 이틀 연속 21만주 넘게 순매도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결과를 고객이 책임진다는 신탁상품의 원칙에 어긋하는 게 사실”이라며 “손실보전으로 인한 은행부담으로 배당규모가 줄어들 수 있고 이에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와도 대치된다”고 말했다. LG화학 주가도 지난달 대주주와의 지분거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LG석유화학-LG투자증권 지분 맞교환이 대주주 이익 챙겨주기라는 의심을 받으면서 3만원대로 밀려난 주가는 뛰어난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외면으로 상승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만호 대한투신증권 경제연구소장은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르 하면서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지고 주주중심 경영시스템이 어느정도 정착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과거의 경영형태가 또다시 나오면서 한국 기업 전체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 여부가 의심 받고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 증권 김경신 상무도 “외국인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이제는 실적과 주주중시부분에 대해서는 냉혹하리만큼 철저하다”며 “시민단체의 소액주주 보호운동 활성화로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기업의 구태적인 경영행태에 대해 시장의 힘이 냉엄하게 심판하는 선진화된 시스템을 투자 주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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