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올 가족이 없어 너무 외로웠는데 이제 외국인 손주들을 두게 됐으니 너무 기쁘지.”8일 낮 12시 대전 한남대 국제협력관 앞 마당. 외국인 학생들에게 둘러 쌓인 노인들의 주름진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한남대 한국어학 과정에 재학중인 미국 일본 중국 필리핀 벨기에 터키 우즈베키스탄 대만 등 8개 나라의 유학생 30명은 이날 학교 인근에서 혼자 사는 독거노인 35명을 초청, ‘국경을 넘는 부모사랑’이란 위안잔치를 열었다.
노인들은 처음엔 피부색이 다른 외국 학생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을 어색해 했지만 학생들이 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주고 서투른 우리말로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며 큰 절을 올리자 금새 밝아진 표정으로 “아이구, 고마워라”를 연발하며 학생들을 안아주었다.
외국인 학생들이 서투른 발음으로 ‘어버이 은혜’를 합창할 때 할머니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는 불고기를 상추에 싸 손주 같은 한 학생의 입에 넣어주며 “쌈은 이렇게 먹는 것이여”라며 알려주었다.
우즈베크 출신의 타바코바 스베틀라나(25ㆍ여)는 “우리나라에서도 3월8일 여성의 날에 어머니에게 꽃을 선물한다”며 “할머니들이 남 같지 않아서 즐겁게 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춘순(85) 할머니는 “외국인 손자, 손녀들이 많이 생겨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한남대 관계자는 “유학 온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의 경노효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고 말했다.
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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