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 게이트’의 불길이 마침내 야당으로 번지고 있다. 최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2억5,000만원을 제공했다는 핵심 관련자의 진술이 나오면서 향후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에 빠져들었다.한나라당에 대한 최씨 자금 유입설은 그동안 민주당 설 훈(薛 勳) 의원의 일방적 주장으로만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규선 게이트의 핵심 관련자인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와 김홍걸(金弘傑)씨의 동서 황인돈씨의 입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이 나오면서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다.
우선 핵심 관련자들의 진술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높다. 송씨는 최씨로부터 “한나라당에 보험 들었다”는 말을 들었고 김희완(金熙完)씨도 “최씨가 이 전 총재의 방미일정을 돕고 20만달러를 전달 했다”고 송씨에게 전했다. “최씨가 한나라당 국제특보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는 황씨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진술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이 전 총재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씨는 이 전 총재와 미유력인사의 면담을 주선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돈 전달 사실은 부인하고 있어 최씨의 행태가 과장·왜곡됐을 가능성도 있다.반면 최씨가 한나라당에 대한 최후의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돈 전달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와 최씨가 이메일을 주고 받는 사이"라는 황씨의 진술도 숨은 뇌관이다.최씨가 홍걸씨 뿐 아니라 야당 총재의 아들에까지 손을 뻗쳐 이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정연씨와 최씨긔 관계가 예사롭지 않게 나타날 경우 정연씨의 병역면제 파문에 버금가는 총격파가 일 수도 있다.
한편 검차른 이날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의 진술을 서둘러 공개,'물타기성'발표가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검찰은 "일부 언론이 송씨 등 진술에 대해 확인요청을 해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그러나 검찰은 평소 사실관계에 대한 언론사의 집요한 확인요청에 대해 "구체적 진술내용이나 수사중인 사안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특히 송씨 등의 진술은 이 전 총재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어서 이날 검찰의 발표태도는 선뜻 납득하기 힘든 이례적인 조치였다는 게 중론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