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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월드컵 열기 스크린에서 킥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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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월드컵 열기 스크린에서 킥오프!

입력
2002.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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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 열기는 스크린에 먼저 찾아왔다. 홍콩의 ‘소림축구(少林足球)’와 영국의 ‘그들만의 월드컵(The Longest Yard)’에서 축구경기는 가장 비천한 인생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평생 간직할 긍지를 심어주는 드라마이다.전복적이서 더욱 통쾌한 영화들. 황당무계하다고 비웃을 일만은 아니다. 공은 둥그니까.

■소림축구

진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펼치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영화로선 만들어낼 수 없는 극적인 다큐멘터리라면 ‘소림축구’는 그야말로 영화이다.

어이없는 과장과 넌센스, 만화적 상상력이 폭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말이 축구영화이지 허풍이 심한 소림사 무술에 축구공을 갖다 붙였다는 표현이 맞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정서 차이로 무시당하고 있지만 홍콩에서는 코미디의 황태자인 저우싱츠(周星馳)의 원맨쇼(감독ㆍ각본ㆍ주연)라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소림사 쿵푸를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 홍콩 도심에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씽(저우싱츠).

황금발이란 별명을 가진 스타였으나, 다리를 다치고 초라하게 살아가는 풍을 만나 축구를 하기로 한다.

뿔뿔이 흩어져 밑바닥 인생을 살고있는 소림사 형제들을 찾아 ‘소림축구’ 팀을 조직해 슈퍼컵에 출전한다.

그들의 모습을 한번 보자. 그들이 찬 공은 담장을 뚫어버리고, 얼마나 하늘 높이 올라가는지 한참 딴 짓을 하고 나서야 내려온다.

슛을 날리면 공은 대기권에 진입한 우주선처럼 불덩어리가 되거나, 일진광풍이 돼 골키퍼는 물론 골대까지 날려버린다.

축구공으로 그라운드에 밭고랑이 생기고, 이소룡(李小龍)을 존경해, 그 모습까지 비슷한 다섯째는 ‘매트릭스’의 패러디와 이소룡의 무술동작, 괴성으로 공을 막아내고, 단번에 총알 같은 속도로 상대 골 문으로 공을 던져 넣는다.

‘소림축구’는 단순하고 유치하다. 그러나 그 안에는 저우싱츠 이전 영화들이 그렇듯, 홍콩 서민들이 좋아할 몇 가지 정서가 들어있다.

풍은 불구이고, 형제들은 술집 종업원, 식당 접시닦이, 실업자 신세이다. 만두집 여종업원 무이는 심한 화상으로 늘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들로 하여금 풍을 불구로 만든 인간이 단장으로 있는 악마팀을 꺾게 함으로써 가난하고 소외당한 자들의 아픔과 울분을 통쾌하게 달래준다.

어디 그 뿐인가. “미인이고 쿵푸도 잘해. 아름다운 마음씨도 가졌잖아”라며 끝없이 무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씽과 그의 말에 용기를 얻어 괴상하게 화장을 하고 나타나 씽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무이.

그 우스꽝스런 장면에서 아픔과 따뜻한 마음씨, 가슴 뭉클한 휴머니즘을 읽을 수 있기에 홍콩인들은 이 유치찬란한 영화에 열광(역대 홍콩영화 사상 최고 흥행기록)했을 것이다

. 점점 잊혀져 가는 소림사 쿵푸를 배우자는 저우싱츠의 제안에 기꺼이 찬성하면서. 17일 개봉. 전체관람가.

■그들만의 월드컵

영국판 ‘교도소 월드컵’(감독 방성웅)이다. 물론 그보다는 탄탄하다. 그렇다고 실제 축구경기처럼 리얼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국 프로축구 스타였던 비니 존스가 주연을 맡아 ‘소림축구’에 비해 한걸음 더 현실쪽으로 다가왔다는 것 뿐, 이야기나 구성 모두 영화적이다.

화려한 스타였으나, 독일과의 경기에서 일부러 져준 뒤 그에 따른 죄의식으로 음주와 폭행을 일삼다 3년형을 받고 수감된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대니(비니 존스)가 재소자들로 축구 팀을 구성해 교도관들과 대결한다.

재소자들에게 축구는 교도소 인권유린에 대한 항의이자, 그들만의 긍지를 펼쳐보이는 수단이다.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핍박 받는 재소자와 폭력을 휘두르는 교도관의 대결에서 영화는 선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스포츠 정신과 정의를 강조한다.

선수를 모아 훈련하는 과정, 골 키퍼로 등장한 무술 고수 몽크의 과장된 솜씨와 폭력이 난무하는 경기장, 축구를 도박으로 이용하려는 교도소장의 몰락, 승부조작의 유혹을 뿌리치고 동료들의 자긍심을 지켜주는 대니의 모습이 ‘소림축구’와 비슷하다.

무대가 영국이고, 교도소라고 인간의 모습이 다를까. 10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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