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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파헤치고…뽑히고…울릉도가 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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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 파헤치고…뽑히고…울릉도가 울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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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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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5월을 맞은 울릉도는 생명의 움틀거림으로 분주했다. 성인봉(해발 984㎙) 오르는 길은 불끈불끈 솟아오른 원시림 사이로 키 작은 식물들이 몽글몽글 꽃망울을 피워내고 있다.바닥을 뒤덮다시피 한 큰두루미꽃과 흰꽃주름제비난, 얼룩산마늘. 그리고 군데군데 발견되는 섬천남성, 큰연령초 등 나무 사이를 메우고 있는 식물들은 모두가 울릉도가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산종이다.

◈ 곳곳 마구잡이 개발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생태의 보고’로 불리는 울릉도가 마구잡이식 개발과 무분별한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울릉도는 250만년 전 2,000m 해저에서 일어난 거대한 화산폭발로 흘러나온 용암이 식어 1,000m의 바위로 굳어진 섬. 눈이 많고 습도가 높은 특이한 식생조건을 갖추고 빙하기에도 육지와 연결되지 않았던 덕에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정도로 독특한 생태를 지니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만도 섬개야광나무, 섬시호, 섬현삼 등 32종. 우리나라 멸종위기 식물의 17%, 보호야생식물 중 12%가 분포하며 다양한 생물다양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성인봉 산정상은 1998년 공군 레이더 기지가 들어서면서부터 크게 훼손되기 시작했다. 천두산(967.8m) 자락을 깎아 만든 1만5,000여평 부지에는 군인 숙소, 테니스장, 놀이터 등 군 시설물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주변 원시림이 통째로 망가진 상태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는 스키장, 골프장을 세우는 민간업자의 사업계획이 통과돼 ‘관광휴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분지를 터전 삼아 농사를 짓던 주민들은 하나 둘씩 닭백숙과 약소고기를 파는 식당으로 서둘러 업종변경에 나섰다. 이렇다보니 마구잡이 개발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 뽑히는 희귀식물

희귀 식물을 구하려는 채집꾼들의 무분별한 채집도 잇따르고 있다. 아예 호미와 대형 자루까지 들고 와 나리분지에서 얼룩산마늘과 섬민들레 특산식물을 마구잡이로 캐 가고 있는 전문 채집꾼들도 목격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단속이나 관리 감독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해안을 따라 자생하는 특산 식물들은 도로가 건설되면서 군락지가 파괴되는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은 채 완공된 해안일주도로 때문에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종 섬현삼은 개체 수가 2,000개체 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울릉군이 보호야생식물인 섬현삼을 노변 잡초제거 작업 때 함께 베어버릴 정도로 생태보존에 대해 무지하다고 꼬집고 있다.

식물도감에 사진도 없을 정도로 희귀한 섬시호도 마찬가지. 70년대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다시 자태를 드러낸 섬시호는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금새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언덕에 불과 몇 개체만이 위태롭게 남아 있다.

지난달 24일 찾은 섬시호 군락지를 발견한 환경 전문가들은 “장소가 알려지면 학자, 식물 동호인들이 앞 다투어 캐 갈 게 분명하다”며 “제발 장소가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취재 기자들에게 부탁을 거듭했다.

도동항 좌측 절벽능선에 군락을 이루었던 천연기념물 섬개야광나무도 울릉도 희귀종으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마구잡이로 채집해 가는 바람에 이제는 군락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 국가 차원 보존책 절실

게다가 울릉군민 사이에서는 조만간 서면 태하리 일대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포항 환경운동연합 정기일(鄭基一)사무국장은 “태하리는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들어설 때 맨 처음 보이는 울릉도의 얼굴과 같은 곳”이라며 “천혜의 섬 울릉도가 미군기지로 파괴되는 것은 온 국민이 나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울릉도는 생태자원의 보고일 뿐 아니라 자연경관도 뛰어나 보전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뾰족한 생태보전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 사이에서는 울릉도를 국립공원으로 지정, 생태계보전지역 혹은 자연공원화 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급기야 울릉군도 최근 ‘성인봉을 중심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과 울릉도 및 독도주변 해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달라’며 경북도에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경북도의 공식 요청을 받는 대로 관계부처 협의,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국립공원 지정절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재산권 침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있다. 국립환경연구원 유영한(柳永漢) 박사는 “울릉도는 우리 국토의 0.05%밖에 안되는 조그만 면적이지만 세계적으로도 빼어난 식물자원의 보고”라며 “국가적 차원의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울릉도=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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