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가 검찰 출두직전 남긴 육성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가관이다. 구속을 앞둔 범법자의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과대망상증 환자의 넋두리로 치부하기엔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다.대통령의 3남 홍걸씨 보호를 위해 최씨에게 밀항을 강요했다느니, 김대중 대통령이 대우와 현대에 집중적인 외자유치를 당부했다느니 하는 등의 주장은 사실확인을 통해 궁금증을 덜어야 할 부분이다.
또 마이클 잭슨 공연을 둘러싼 최씨 구속여부를 놓고 국가 기관이 갈등을 빚었다는 주장과, 구속을 면해주는 대가로 청와대가 나서 미국행을 권유했다는 등의 내용도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국가기관이 최씨 같은 정상배의 손에 놀아났고, 국가 공권력이 철저히 사적(私的) 용도에 동원됐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그리고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이나 내각 등 국가 시스템을 건너 뛰어 비선(秘線) 조직과 개인 채널을 통해 국정을 운영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 홍걸씨가 최씨와 함께 다국적 벤처회사를 차리려 했다는 주장은 두 사람의 이권개입이 제도화했음을 말해준다. 마땅히 사실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테이프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최씨가 거론한 두 비서관(김현섭ㆍ이만영)과 공보수석실이 나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최씨가 스스로를 국민의 정부 출범에 기여한 2인자라고 말하는 등 자기현시욕이 지나쳐 과대망상증 증세를 보이는 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녹음테이프에 담긴 주장이 구체적 정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하나 하나가 메가톤급 사안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제는 녹음테이프가 사실여부와는 관계없이, 대통령 아들의 비리 행각을 분노의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는 국민감정에 어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서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것은 청와대 등 국가 공권력의 권위다.
검찰은 관련자를 소환해 사실 여부를 철저히 가리고, 당사자인 홍걸씨는 지체 없이 귀국해 자신의 입으로 해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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