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 지도자 장준하(張俊河) 선생이 1975년 경기 포천군 약사봉 등반길에서 의문사하기 전날까지 중앙정보부가 자택의 전화감청까지 한 사실을 보여주는 당시 중정의 내부보고서가 나왔다.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사건 당일의 기록이 고의로 누락된 흔적이 있어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에 대한 중정의 직ㆍ간접적인 개입 및 은폐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ㆍ韓相範)는 7일 “국정원으로부터 사건 직전 약 1년 여 동안 당시 중정이 작성한 장준하 동향보고서를 입수,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장준하 선생의 행동기록뿐 아니라 전화통화 내용과 시간, 대상이 상세히 기록돼 중정이 상시적인 전화감청을 실시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청내용중에는 장준하 선생과 함석헌 선생의 통화내용, 장 선생의 부인인 김희숙 여사와 이태영 박사의 통화내용 등이 나와 있어 재야 지도자 등과의 연계ㆍ접촉 동향이 하나 하나 감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장준하 선생이 사망한 후 가족의 동향과 장례식 동향 등도 기록돼 사건 후에도 감시가 상당기간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정원이 제공한 이 자료에는 의문사의 실마리를 풀어 줄 사건 당일의 동향보고서는 누락돼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규명위 관계자는 “사건 발생 한 달여 전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장준하 선생의 동향이 기록돼 있는데, 유독 당일의 동향만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당일에는 동향감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명위는 그러나 사건 당일에만 동향감시가 없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국정원으로부터 누락된 기록에 대한 추가 자료 요청을 해 놓은 상태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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