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씨는 검찰출두를 이틀 앞둔 지난달 14일 선산이 있는 전남 영암으로 가는 차 안에서 자신의 심경 등을 80분간 녹음테이프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최씨의 녹음내용은 일방적 주장이어서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일관돼 있어 주목을 끈다. 다음은 녹취록 요지.
/편집자주
■ 청와대 대책회의
오늘(4월14일) 아침에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현섭씨와 통화했다. “최규선씨 소환을 오늘쯤 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검찰 관계자가 묻던데, 검찰도 별달리 나온게 없어 곤혹스러운 것 같습니다. 제일 문제가 LA의 그사람(홍걸씨)에 관한 부분을 어떻게 진술하느냐를 두고 검찰, 청와대 모두가 떨고 있습니다.”
나는 “(홍걸씨에게) 100만원짜리 수표 300장을 건넸는데 추적을 피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라를 살려 주십시요. 박사님이 세우신 국민의 정부가 아닙니까”하면서 달랬습니다.
그제부터 이만영 정무기획비서관과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최성규, 2명의 국정원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여러차례 가졌다고 최성규씨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최성규씨에겐 김홍일 의원이 후견입니다.
최성규는 “‘출국금지 전 최규선이가 떠나버렸어야 했는데, 검찰에 출두하면 말 한마디에 정권이 잘못된다’라고 얘기하자 한 인사가 ‘부산에서 밀항시켜 내보내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밀항하면) 미국에 갈 수 있다. 혼자 나가기 그러면 내가 널 데리고 가주마”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광주공항에 도착해 최성규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는 “네가 들어가면 나라가 뒤집어 진다. 검찰도 지금 시간을 벌고 있다. 청와대도 난리고 나도 괴로워 못 살겠다. 나는 짐을 싸 갖고 왔다”고 했습니다.
■ 마이클 잭슨 공연 사기
(1998년 7월) 마이클 잭슨 공연 불발로 나를 구속시키라고 했던 사람은 청와대 정무수석이었던 이강래와 국정원장 이종찬이었습니다. (이강래씨는) 박주선 법무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김세옥 경찰청장을 불러 봉투를 주면서 “국정원 기획실장 때 갖고있던 최규선 자료이니 골인(구속)시켜라.
정권의 골칫덩어리에게 맛 좀 보여줘라”고 했다고 합니다. 나로 인해 마이클 잭슨을 알게 된 사람들이 경찰청 수사과로 불려갔고 이들을 윽박질러 공연이 사기라고 엮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9월9일 영장이 발부되자 박주선씨가 발끈했습니다. 자기에게 보고도 없었다는 것과 나를 엮어넣기 위해 한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양반이 최성규를 불러 “구속영장 보류하라”고 해 검찰에서 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조사를 받았던 겁니다.
이튿날 영장이 기각되고 이재만 수행비서가 평창동 청와대경호원 아파트로 불렀습니다. “미국에 6개월만 가있어라. 대통령께서도 당신 구속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99년 9월 추석직전 미국에 나갔습니다
■ 김홍걸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잘 들으세요. 이제 검찰의 소환이 임박해가는데요, 내가 5년을 기다리면서 김박(홍걸씨)도 알다시피 정치적 재기 하나만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하고 감내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홍걸씨는 끌어안고 어떡해서든지 다 보호해줄 테니까요, 대신 아버지한테 말씀하십시오.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려고 한다거나, 재기를 막는 어떤 방법이 시도된다면 다 불어버립니다. 난 죽을 각오가 돼 있어요.
김박, 꼭 말씀하셔야 합니다. 내가 죽어도 아들이 증언할 수 있도록 모든 녹음을 남겨서 안전한 사람에게 맡겨 놨어요. 나 지금 이성을 잃었습니다. 어떤 회유도 안 받아들입니다. 나도 불쌍한 놈이었고 김박도 거기서 소외되었던 사람 아닙니까.
우리가 서로 끌어안고 위안이 되면서 왔는데, 홍일이 형이 또 서울에 들어옵니다. 어떤 장난을 칠지 몰라요. 만약에 장난이 이뤄지면 모든 게 공개될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이건 아버님 밖에 없습니다.
민정비서관 김현섭씨하고만 통화를 할 테니까 (그에게) 됐다 안됐다는 메시지만 전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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