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회원 등의) 정치성향을 O(한나라당), X(민주당)로 표시해 보고하라.”“상대 후보의 약점을 분석,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제시하라.” 최근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잇따라 하달되고 있는 ‘특명’들이다.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을 동원한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현직 단체장이 출마하는 지자체의 경우 일부 공무원들은 조직적으로 유권자 성향을 분석하거나, 단체장을 지지할 정당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등 핵심 선거 참모 역할을 도맡아 물의를 빚고 있다.
"유권자 성향.상대 약점 파악" 동원
행정은 뒷전… 파벌 갈려 싸우기도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정치 공무원’들의 불법 선거 개입이 더욱 노골화해 적지 않은 부작용이 뒤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 주요 국ㆍ실은 ‘선거캠프’
한 광역단체장은 최근 산하 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상대 후보의 약점은 물론, 그를 공격할 만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해 반발을 샀다.
그는 연구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재임용을 하지 않겠다”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광주의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는 한 전직 부단체장은 민주당 후보경선을 앞두고 일부 동장들에게 자신을 지지할 사람을 선거인단에 포함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밝혀져 불법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전ㆍ현직 민선 단체장이 대결을 벌이는 경기 H시에서는 공무원들이 두 파로 갈라져 청내 분위기가 썰렁하다.
H시의 한 직원은 “공무원들이 상대 후보의 약점을 잡아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다니고 업무시간에도 암암리에 선거운동이 벌어져 행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전했다.
대전·충청지역의 광역ㆍ기초 자치단체 4~5곳에서는 비서실장들이 선거 관련 업무를 해당 실ㆍ국에 지시, 직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선거에서 선거참모로 뛴 공로를 인정 받아 비서실장 직을 맡고 있는 인물들로 기득권 유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직 단체장이 출마하는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직원들이 아예 공약집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불법 여부를 가려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속 공무원 잇따라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이 도를 넘으면서 사법처리되는 공무원들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경북 고령에서는 직장협의회장이 군수의 부탁을 받고 입후보 예정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경기 평택에서는 자치행정과 소속 직원들이 통·이장에게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원, 주민자치위원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치성향을 보내주도록 지시해 역시 구속돼 있는 상태다.
광역단체장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포괄적이고 방대한 분량의 선거공약을 당이나 캠프에서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단체장 측근 공무원들을 활용하고 있다”며 “당선이 되더라도 선거무효 시비가 확산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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