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의 녹음내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김대중 대통령과의 관계.그는 이 대목에서 1997년말 김대중 대토령 당선자로부터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때부터 둘 사이의 관계를 대화체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여기에는 대우와 현대에 대한 외자유치,유종근씨의 청와대 경제고문 임명과정,정권초기 권력내부의 미묘한 서열갈등 등이 흥미롭게 나타나 있다.다음은 요지.저는 이 정권 탄생에 기여를 했습니다. 대통령도 97년 12월20일 당선 직후에 저를 불러 “창고가 비었네. 자네가 나하고 나라를 살리세. 자넨 그런 재주가 있고 능력도 있네. 내가 사람 볼 줄 아는데 자넨 정치적으로 대성할 것이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만화 주인공 뽀빠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내게 이런 격려를 해준 데 대해 나는 DJ를 신처럼 숭배하게 됐습니다. 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왕자를 그해 12월23일 서울로 데리고 오게 됩니다.
저는 그 사실을 당선자에게 보고하러 갔습니다. 그때 유럽 출장중이던 김우중 회장으로부터 알 왈리드 왕자가 오면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자는 저를 삼청동 안가의 안방으로 데려갔습니다.
“규선이, 대우를 도와주게.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큰 힘을 발휘했네. 그리고 김우중씨 같은 사람 없네. 차기 전경련 회장이 될 것이네. 이 회사 저 회사 만나게 하지마. 그냥 대우만 만나서 투자유치를 시키게.”
저는 그 말을 듣고, “아, 대우를 밀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고 알 왈리드가 1억5,000만달러를 대우에 투자하도록 하는 어마어마한 쾌거를 올린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 또한 대통령에 당선되시고 나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만난 인사였습니다.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소로스의 휴가처로 달려가 모셔왔습니다. 그가 1월3일 방한하기 하루 전 첫 휴가를 쉐라톤워커힐에서 보내고 있던 DJ를 만났습니다.
응접실에 김종기씨, 김종성씨, 또 현재 비서관으로 있는 방 아무개 등 몇몇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는 “축하합니다. 당신은 2인자입니다. 대통령께서 휴가 보내는데 다 미루고 최규선이 어디 있냐고 찾고 있습니다. 정권의 2인자 최규선 잘부탁합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나는 대통령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자네가 나라를 살리네. 우리 시장이 세계에 알려져야 하네. 소로스도 한국에 투자한다는 게 알려져야지 세계적 투자가들이 한국에 몰리네. 자네는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아는가. 자네는 나보다 더 훌륭하네. 이제 자네는 서열이 틀려졌네. 그리고 권력내 위치가 틀려져부러. 이럴 때일수록 자네는 내 밑에서 커야 하네. IMF만 극복하면 역사에 남네. 그리고 남북관계 풀어서 그렇게 우리 국민이 숙원하는 노벨평화상도 받을 거야.
자네가 나 대통령 당선될 때 위기위기마다 다 벗어나게 해주고, 이제 IMF 극복하는 대통령까지 만들어주고 있는 거네."
“아닙이다. 무슨 말씀입니까.”
“자네가 다 일을 보고 있는데, 유(종근) 박사는 자기가 앞장서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람들 만나고 인터뷰하고 난리법석 썩이예요. 자기가 공은 다 세우려는 것 같아. 내게 재무장관을 달래요. ‘그자리는 김종필 총재와 이야기가 끝난 자리네. 그런데 자네가 이렇게 우기면 되겠나’하고 끝내고 말았네.”
"유종근은 쓰셔야 합지다.그래야 대통령님이 시장경제의 주창자고 추종자라는 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그는 미국 대학교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의 추종자 아닙니까.IMF를 극복할때까지 만이라도 김태동이니 누구니 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유종근을 쓰셔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수석도 안하겠다고 하고 뭔 자리 하나는 해줘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제가 아이디어를 하나 내주었습니다."어드바이저가 어떨까요,자문관."
"그래 고문이네.대통령 경제고문.""바로 그렇습니다.그 자리를 주십시오."
그러더니 그와 전화를 연결했습니다.
"유박사 나요.지난번 말은 새겨듣지 마소.그런데 우리 최규선 보좌역이 큰 일을 하고 있네.내일 소로스가 들어옵니다.아무튼 내일 저녁 만찬을 일산에서 공식적으로 할 테니까 임창렬 부총리도 오라고 했고,김용환씨는 와야되겠지?누구누구 부르면 쓰겠나"하면서 명단을 상의했습니다.
한시간 넘게 머물다 "전 준비좀 하겠습니다.물러가겠습니다"하며 일어서 돌아라겨는데 대통령께서 불러서 "잠깐 자네 돈좀 가져가."했습니다.전 "괜찮습니다."했지만 이 사람아,자넨 내가 돈만 주려고 하면 안 받으려고 해."
하지만 저는 안 받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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