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 자리는 범죄의 온상인가.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되거나 수사를 받고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장들의 비리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광역단체장들의 '망신 행렬'
올들어 비리혐의로 쇠고랑을 차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있는 광역단체장은 모두 5명.
유종근(柳鐘根) 전북지사가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를 위한 인ㆍ허가와 관련, ㈜세풍월드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3월 구속됐다.
문희갑(文熙甲) 대구시장은 1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혐의로 6일 검찰에 소환됐으며 최기선(崔箕善) 인천시장은 송도신도시 개발을 둘러싼 각종 인ㆍ허가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대우자동차판매㈜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검찰 소환을 앞두고있다.
또 심완구(沈完九) 울산시장도 평창종건으로부터 아파트 건설관련된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기다리고있다.
임창렬(林昌烈) 경기지사는 99년 초 경기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3월 무죄를 선고한 고법의 원심을 파기한 바 있다.
민선 2기 단체장들의 비리는 광역과 기초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사정기관 등의 감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기초지자체장들의 비리가 훨씬 심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행정자치부 집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민선 2기 지방자치단체장(광역16명, 기초 251명) 중 40명이 선거법 위반이나 각종 비리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선 1기 때 23명의 2배에 가까운 숫자이다.
기소된 단체장들의 적용 혐의는 뇌물(17명), 정치자금법 위반(2명), 배임(1명) 등 돈과 관련된 것이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나머지는 선거법 위반이고 국가보안법 위반도 1명이 있다.
■원인과 대책
단체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잘못된 선거제도에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선출직인 단체장들이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조달할 방법이 없어 비리유혹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외부의 청탁에 흔들리고 돈을 받는 대가로 인사나 인ㆍ허가 편의 등 뒤를 봐주는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현행 법 아래에서 돈에 자유로운 단체장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도 단체장들의 비리를 키우고 있다.
정영환(鄭永煥) 고려대교수는 “공천권을 쥔 당이 선거 이후에는 단체장들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감사원이나 행자부가 지자체장 비리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도 최근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광역단체 감사를 전담하는 6국만으로는 지자체 감사가 역부족이라고 판단, 기초단체를 감사하는 7국을 신설한 바 있다.
김성호(金聖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자치제도팀장은 “단체장들의 부패 방지를 위해서는 인사 및 예산 집행 등 단체장 권한에 대한 견제시스템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해 행정 전반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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