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청운(52)씨가 16일까지 서울 신사동 예화랑(02-542-5543)에서 ‘삶과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10년 만에 마련한 개인전(7번째)이다.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빼어난 정조의 서정시 한 편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화폭 저편에서부터 느껴지는 우리 가난한 일상의 애환, 사람살이의 정겨움과 희망이 긴 여운을 남긴다.
이씨의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화제는 부산 출신답게 역시 바다와 항구, 떠나고 돌아오는 배들이다.
그런데 언제나 그 배경에는 바람이 불고 있다. 건물, 창문, 안팎으로 펄럭이는 커튼 자락, 기우뚱 기울어진 부두나 달동네의 전신주들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은 일터가 있는 풍경’이란 작품에서는 담배가게의 열린 창 밖으로 커튼이 펄럭이고, ‘바다- 열정Ⅱ’에서는 선창가 2층 건물 밖으로 깃발처럼 나부끼는 커튼이 출항하는 배를 전송하는듯하다. 그 바람은 바로 우리 생활에 부는 바람이다.
“가난한 풍경 속에는 너와 나의 가슴이 있고 꿈과 희망, 열정이 있기에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의 선술집 천막 아래서 술잔을 돌리며 대화하는 이들을 그린 ‘삶의 힘’, 벌집이 다닥다닥한 산동네 골목길을 엿장수가 가위를 흔들며 가는 ‘엿장수 마을’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형태도 불분명하게 검은 선으로만 처리되어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꿈과 희망의 주인공들이다.
이씨는 1982년 중앙미전 대상, 87년에는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샬론 도톤느 대상을 받았고 99년에는 한국예술평론가협회에 의해 미술 부문 최우수예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한 전업작가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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