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보희(50ㆍ이화여대 교수)씨의 채색 풍경화는 보는 이를 마음 깊숙한 심연으로 이끌어간다.그가 그리는 나즈막한 산이나 그 구비를 흐르는 물줄기, 혹은 새벽안개 피어오르는 강물이나 호수의 수면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 곁의 자연이다.
그런데 그 외적인 자연의 모습이 우리들의 마음 속에 이미 내재해 있던 어떤 근원적 형상으로 떠오른다.
김씨는 그것을 전통 수묵화에서는 볼 수 없던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긴장감을 배제한 환상적인 붓의 터치로 보여준다.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02-725-1020)에서 열리는 11번째 개인전 ‘더욱 깊어지는 명상’에서 김씨는 한국화의 또 다른 면모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화면을 가로선으로 단순하게 분할하는 기법과 흰색과 검은색, 검은색과 분홍색, 검은색과 파란색의 강렬한 대비는 마치 그의 작품을 서구 추상회화로 착각케 한다.
하지만 자세히 화폭을 들여다보면 나타나는 수면의 물결이나 산기슭으로 피어오르는 안개를 묘사한 세필의 흔적은 면과 면, 색과 색의 경계를 어느덧 지워버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경계의 지워버림이 바로 김씨 그림이 유도하는 명상에의 길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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