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분배 통계는 많은 상념을 불러 일으킨다.이번 통계는 통계청이 1991년과 1996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한 2000년도 가구소비실태조사 결과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소득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1년의 0.274에서 1996년에 0.290으로 약간 악화하고 2000년에는 0.351로 크게 악화됐다.
현실세계에서 지니계수가 0.30 이하이면 분배상태가 양호하고 0.40 이상이면 상당히 안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은 매년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분배 상태를 추계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분배가 1990년대에 들어와 약간 개선되거나 현상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IMF위기 이후 상당히 악화되었다.
우리나라 소득분배의 상태와 추세에 관해 여러 논란이 있어 왔다.
일반적으로는 다른 개도국이나 서구선진국에 비해 소득분배가 아주 양호한 편이며 1970년대에 소득분배가 꽤 악화되었지만 1980년대부터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와 김대모 교수가 소비분포자료를 이용해 소득분포를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그렇게 양호하지 않으며 1980년대에 개선된 것이 아니라 악화되었다.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린 80년대 말에 소득분배가 제일 나빴고 90년대에 들어와서야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1980년대의 분배 추세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1990년대에 IMF를 맞기 전까지 분배가 개선되고 있었다고 보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런데 가구소비 실태 조사는 비록 조사연도가 3개년에 불과하지만 90년대에 소득분배가 계속 악화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느냐에 대해 심층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소득분배 발표와 관련하여 몇 가지 특기할만한 사실이 있다.
첫째, 1996∼2000년에 고소득층의 소득은 확대되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감소하는 양상으로 분배가 악화되었다.
조사에서는 경상소득만을 다루었지만 비경상소득까지 포함한 총소득기준으로 보면 소득분배는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둘째, 이 기간 중 근로자 가구보다 자영업자가구의 소득분배가 훨씬 악화되었다.
훨씬 악화된 자영업자 소득분배를 있는 그대로 밝힌 것은 잘 한 일이다. 통계청은 매년 도시가계자료에서 자영업자 소득분배를 추계하여 밝힐 수 있음에도 밝히지 않았다.
자료의 신빙성에 문제가 있거나 지니계수가 너무 높게 나오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더라도 이번 가구소비실태조사처럼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이 기간 중 소득분배의 급속한 악화는 부실기업의 퇴출과 실업증가, 상대적인 저성장 등에 주로 기인한다.
지속적인 안정성장과 저실업이 소득분배 개선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넷째,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이는 지속적인 안정성장과 저실업이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하는 효과를 압도하는 악화요인들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범세계화에 따른 경쟁확산,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성과급 확대, 지식기반사회의 전개와 정보격차, 이혼율 상승에 따른 여성가장가구 증대, 노령화 진전에 따른 노인가구 증가 등이 악화요인들이다.
우리 경제는 이제 안정성장기조를 회복하고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면서 소득분배가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구조변화로 선진국과 똑같은 분배악화 요인들이 커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소득분배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분배가 어느 정도 나빠지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나 너무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서둘러 정책을 세워야 한다.
유력한 정책은 결국 재산세제 강화인 것 같다. 열악한 자산분배도 개선할 겸 일부 선진국에서와 같이 부유세를 도입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야 할 때이다.
안국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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