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평양회담 성과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이 어제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시 발언을 문제 삼아 오늘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경협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 불참의사를 밝혔다.경추위 북측 대표단은 성명에서 회의가 무산된 모든 책임을 우리측에 떠 넘기고 있어 당분간 남북관계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전망이다.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하지 않던 북측이 회의 하루 전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한 것은 내부의 복잡한 사정 때문인 듯 하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북미회담의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측과 의견조율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달 미국에 대화를 공식 요청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여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한 뒤 우리측과 세부적인 경협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전략상 득이 된다고 판단, 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회의를 연기시켰다는 분석이다.
또 남측에 임기 말의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것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우리측이 회의에서 금강산댐의 부실공사로 인한 홍수위험을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할 것을 우려한 시간 벌기 작전일 수도 있다. 그 배경이야 어쨌든 회의가 무산돼 남북한 철도ㆍ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등 경추위가 다루기로 한 각종 현안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금강산회담 등 향후 남북관계 일정도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 같다. 당국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외교 조율을 통해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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