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아들 비리에 대해 거듭 사과하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 대통령은 박지원 비서실장이 대독한 성명에서 “저희 자식들과 몇몇 주변인사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와 국민의 질책에 대해 무어라 사과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지난달 26일 박선숙 대변인을 통해 사과 한 바 있는 김 대통령은 두번째 사과 역시 박지원 실장을 내 세우는 간접 방식을 택했다.
청와대측은 “아들 문제에 대한 매듭이 지어지면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대리인을 통하는 모양새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옹색하다. 들끓는 여론과 심각한 민심이반을 감안하면 직접 사과가 옳다.
국민들은 아들문제로 고심하는 대통령의 처지와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구별하는 최고 통치자의 모습에서 다소 위안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과와 탈당은 예견됐으나 시기가 다소 앞 당겨졌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구속에 이어 홍업ㆍ홍걸씨의 사법처리가 본궤도에 오를 것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숙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이 문제가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국가적 대사에 한 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김 대통령은 탈당 이유를 “남은 임기동안 여야의 협력 속에 국정에만 전념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협력은 미지수지만, 대선을 7개월이나 앞둔 탈당에 대해 책임정치의 실종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어떻든지,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당의 평당원 신분도 유지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김 대통령은 “이러한 가운데서도(아들 문제로 비난 받고 있지만) 제가 할 임무에 대해서는 추호도 차질 없이 진행시키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하지만 중요한 얘기다.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야 말로 지금의 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최우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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