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거인 러시아가 축구명가의 명성을 회복할수 있을까.러시아는 1959년 스웨덴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무대를 밟은 뒤 3회 연속 8강에 올랐다.그리고 88년 유럽선수권 준우승,서울올림픽 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쌓으며 동구권 강호로 군림해왔다.
91년 연방해체를 전후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러시아 축구는 90년 이탈리아,94년 미국월드컵에서 잇따라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98년 프랑스대회에서는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러시아가 주춤거리는 사이 동유럽에선 루마니아 유고 크로아티아 등이 새 강자로 떠올랐다.8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나온 러시아에게 2002 한일월드컵이야말로 자존심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가 아닐수 없다.
▼힘과 조직력,탄탄한 미드필드
유럽지역예선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 쉬운 상대들과 만나 7승2무1패로 조1위를 차지한 러시아는 이번 대회서 일본 벨기에 튀니지 등 비교적 약체로 꼽히는 H조에 속하는 행운을 안으며 16강 진출을 노리고 있다.전통적으로 4-4-2포메이션을 사용해온 러시아는 개인기보다는 두터운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힘과 조직력,스피드 등을 앞세우는 전형적인 유럽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해왔다.특히 허리의 힘 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스피드와 패스,슈팅력 등을 두루 갖춘 세계 최고 기량의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알렉산드레이 모스토보이와 신예 드미트리 호흘로프가 주축이다.
수비력도 만만치 않다.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스페인리그에서 활약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는 빅토르 오노프코가 축을 이루는 수비진은 예선 10경기에서 단 5점만 내주는 철벽수비로 명성을 날렸다.대표팀 멤버 중에서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걸출한 스타는 없지만 오히려 이것이 강점이라는 평가다.절반 이상이 자국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다져온 팀워크와 조직력이 스타공백을 메우고도 남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
공격의 핵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호(28·스파르타크 모스크바).92년 8월 멕시코전을 통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처음 입은 베샤스트니흐는 94년 미국 월드컵,유로 2000등을 거쳐 주전으로 성장했다.A매치 59경기에서 23골을 잡아낼 만큼 골 감각을 타고난 베샤스트니흐는 이번 월드컵 예선서도 팀 내 최다인 7골을 넣었다.
183cm의 장신을 이용한 고공플레이와 폭발적인 스피드가 돋보이고 몸싸움에도 강해 상대 수비수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꼽히고 있다.독일 베르더 브레멘 등에서 뛰다가 감독과의 불화로 2000년4월 조국으로 돌아와 러시아 명문클럽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에 대 둥지를 튼 베샤스트니흐는 월드컵에서 러시아 축구의 부활을 선언하는 선봉장 역을 맡을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골피퍼 야신
한국축구의 신화가 차범근이라고 하면 러시아 축구를 상징하는 선수는 래프 이바노비치 야신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선수 이름을 딴 상으로는 유일하게 야신상을 제정, 1994년 미국대회부터 가장 뛰어난 골키퍼에게 줄 정도로 야신은 세계축구사에 전설적인 골키퍼로 남아있다.
51년 옛 소련의 모스코 다이나모팀의 골키퍼로 축구인생을 시작한 야신은 71년 은퇴할 때까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78차례 출전, 단 70골만 내주는 0점대(0.90) 실점률을 기록했다.
옛 소련이 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우승하고 60년 유럽선수권에서 패권을 차지한 것도 모두 그의 활약 덕분이었다.
한쪽 다리를 살짝 구부리는 독특한 자세로 어떤 방향에서도 날아오는 슈팅을 마치 곡예사처럼 잡아내는 야신의 신들린 플레이에 열광한 팬들은 그에게 신의 손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54년 처음 발탁된 뒤 7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58년 스웨덴대회부터 3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던 야신은 63년 FIFA 창설 100주년 기념 월드베스트 11의 골키퍼로 선정됐다. 이어 68년에는 최고 영예인 레닌 훈장을 받아 러시아 축구계 영웅으로 떠올랐다.
■로만체프 감독
러시아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팀 올레그 로만체프(58) 감독은 “이번 월드컵의 1차 목표는 16강”이라며 “러시아 축구가 살아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로만체프 감독은 러시아 최고의 명문클럽인 스파르타크 모스크바의 단장 겸 감독을 맡고 있는데다 대표팀 감독을 두 차례나 역임, 러시아 축구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선수시절 빛을 보지 못한 그는 1984년 러시아 2부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87년부터 스파르타크의 지휘봉을 잡아 1년 만에 정상을 차지한 이후 9차례나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94년 이후 대표팀을 맡았다가 96년 유럽선수권 1회전 탈락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99년부터 다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8년 만에 본선진출의 꿈을 이뤘다.
-8년 만에 월드컵에 나가는데.
“러시아는 한동안 경제 불안으로 축구에 별다른 관심을 쏟지 못했다. 최근 상황은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지원은 부족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이 러시아축구 부흥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러시아가 속한 H조에 대한 전력평가는.
“다행히 특별한 강 팀이 없다. 다만 홈팬들의 전폭적인 성원을 받을 일본팀이 다소 유리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어느 팀이건 누를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갖고 있다.”
_러시아 전술의 특징과 장단점은.
“모든 팀은 장ㆍ단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감독이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간첩행위나 다름없다. 기자들이나 상대팀이 스스로 우리 팀의 실력과 전술을 분석해야 한다.”
-우승후보를 점친다면.
“아르헨티나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