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57) 여사가 6일 19개월 동안의 가택 연금에서 풀려났다.미얀마 군사정부를 이끄는 국가평화발전협의회(SPDC)는 성명을 통해 "5월 6일을 기해 수지 여사는 정치, 여행 등 모든 활동을 재개할 자유를 얻는다"라고 밝혔다. 성명서는 또 정치범의 석방과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 보장 등을 약속했다.
대 영국 독립투쟁의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지 여사는 1962년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 네 윈의 사회주의에 대항, 1988년부터 반체제 운동을 이끌었다. 1989년 군부에 의해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고 가택 연금됐다가 95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풀려났지만 2000년 9월 2차 연금 조치로 양곤의 자택에 머물러 왔다.
최근 수지 여사와 군정은 유엔 등의 주도로 수지 여사의 석방과 민주화 절차를 놓고 비밀 협상을 가졌다. 수지 여사는 자신이 1988년 창설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을 합법적인 정당으로 인정하고 정치활동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압승했으나 아직까지 정권을 이양받지 못하고 오히려 지도부 등 당원 수백 명이 투옥된 상태다.
수지 여사의 석방으로 미얀마의 민주화 일정이 앞당겨질지는 미지수다. 미얀마 군정의 이번 조치는 국제사회의 압력과 심각한 경제난에 못 이긴 일시적, 상징적인 제스처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SPDC는 협상에서 수지 여사를 석방하는 대신 서방이 가혹한 경제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PDC가 모든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선언했지만 “국가의 단합과 안전을 최우선시 한다”는 전제를 달았고 성명에서 NLD를 언급한 부분이 전혀 없어90년 총선 결과를 수용해 정권을 넘기거나 연정을 구성하는 등 정치 개혁을 실시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