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김승수 리치 이성진 등 연예인팀과 한국관광공사 월드컵지원팀과 충남 태권도 사범팀이 각종 장애물 경기를 펼친 이날 작지 않은 ‘방송 사고’가 2건이나 발생했다.가수 리치가 뛰어가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뜀틀 밑부분에 머리를 부딪쳤다. 한 출연자는 운동복 무릎부위에 구멍이 생길 정도였다.
이 프로그램이 선수들간 경쟁심을 지나치게 부추긴 탓이다. 관광공사 월드컵지원팀의 한 선수는 1m 높이의 외줄을 타다가 떨어지면서 왼팔이 줄에 걸려 한동안 고통스러워 했다.
모두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위험하다.
지난달 28일 그룹 신화의 전 진이 SBS ‘좋은 친구들’ 녹화도중 머리에 타박상을 입은 것을 비롯해 연예인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잇따르고 있다.
리포터 김동현은 SBS ‘쇼 일요천하’의 ‘스타 서커스쇼’에서 어깨가 탈골됐고, 탤런트 소지섭은 ‘출발 드림팀’에 출연했다가 팔에 부상을 입었다.
지난해 11월에는 SBS ‘초특급 일요일만세’에 출연한 가수 조성모가 마라톤 풀 코스에 도전했다가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이같은 사고의 근본원인은 방송사의 무리한 시청률 경쟁과 자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기 위한 제작진과 연예인의 안전불감증 때문.
맨손으로 기왓장 깨기는 기본이고, 장기간 기초훈련을 받아야 하는 공중그네타기, 12m 높이의 외줄타기, 골인지점으로 돌격하는 럭비선수를 맨 몸으로 막기 등 위험천만한 ‘곡예’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5일 ‘스타 서커스쇼’의 ‘공중그네타기’ 코너는 제작진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
공중 그네 밑에 안전 그물과 큼지막한 쿠션이 있지만 연습도 제대로 안 한 연예인들을 고난도 공중그네타기에 도전하게 한다.
특히 이날 우연히 촬영현장에 놀러 온 탤런트 이종수까지 즉석에서 그네타기를 타게 한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방송한 ‘스타 서커스쇼’의 ‘외줄타기’ 코너도 아찔하기는 마찬가지.
출연자인 베이비복스는 비록 몸에 안전 끈을 매달기는 했지만 높이 12m, 길이 17m의 외줄 위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한동안 매달려 있어야 했다.
외줄타기를 끝낸 윤은혜가 “저기에 서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알 것”이라고 말할 정도.
이에 대해 한 인기 연예인의 매니저는 “방송도중 부상을 입은 연예인이 한 둘이 아닌데도 아무 문제없이 지나치는 방송현실이 무섭다”며 “과감한 개인기를 보여주려는 연예인 개인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연예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도 최근 성명을 내고 “오락프로그램이 연예인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무리한 기획으로 연예인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 부상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방송협회는 오락프로그램의 질적 담보를 위한 개혁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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