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의 위작 전문가들이 이중섭 김기창 박수근 김환기 등 유명 작가의 가짜 작품을 집중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한국화랑협회(회장 임경식) 미술품감정위원회가 밝힌 국내 미술품의 위작 실태는 놀랍다.
화랑협회는 1981년 감정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2000년까지, 20년간의 활동 결과를 최근 ‘미술품 감정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면서 위작과 관련한 통계를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진위 감정이 의뢰된 작품은 한국화 739점, 서양화 1,762점, 조각 24점 등 모두 2,525점이었다.
이 중 위품으로 판명된 것은 745점(29.5%)으로 평균 10점 중 3점은 가짜라는 얘기다.
분야별로는 한국화 213점(28.8%), 서양화 530점(30.1%), 조각 2점(8%)이 위작으로 밝혀졌다. 진품으로 판명된 것은 1,728점(68.4%), 감정 불능은 52점(2.1%)이었다.
작가별로는 이중섭의 작품을 위작한 것이 143점으로 가장 많았고, 김기창(113점), 박수근(37점), 김환기(36점), 이인성(33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진위 감정이 많이 의뢰된 작가는 김기창(367점), 이중섭(189점), 김환기(153점), 박수근(101점) 순이었다.
이중섭의 경우 감정의뢰 작품의 75,7%가 가짜인 셈이고, 박수근 김기창 김환기 작품의 위작 비율도 각각 36.6%, 30.8%, 23.5%에 달했다.
감정의뢰 작품 수가 비교적 적은 작가들의 경우 위작의 비율은 더 높았다.
김관호와 고희동의 작품은 각각 9점과 3점이 감정 의뢰됐는데, 모두 위작으로 판명됐다. 한국화가 허 건의 경우도 17점 중 11점(65%)이 가짜였다.
생존 작가들로는 천경자 32점 중 13점(40.6%), 박고석 38점 중 15점(39.5%), 김창열 27점 중 9점(33%)이 위작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유명작가의 위작이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소위 한탕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근 작품의 경우 최근 국내외 경매에서 잇달아 5억~7억원 전후의 높은 가격에 팔렸고, 이중섭의 은지화나 유화는 소품으로도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감정위원들은 “한국화는 배접한 뒷 장을 나누어서 한 작품을 두 개의 작품으로 만들거나, 서양화는 실제 작가의 드로잉을 구해서 그 위에 색을 입히는 등 위작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특정작품을 그대로 모사하거나, 진품에 찍힌 낙관을 동판으로 떠서 사용하기도 한다.
“국전이나 미술대전 입선 경력자 등 30여 명의 위작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화랑협회의 추정이다.
감정위원인 최병식 경희대 교수는 “이번 통계는 진위감정 의뢰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시중에서 거래되는 미술품 전체로 일반화해서는 곤란하다”며 위작 통계가 자칫 미술시장을 위축시킬까 우려했다.
화랑협회는 “무엇보다 과학적ㆍ체계적 감정을 위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시급하다”며 “1만여 점의 자료를 디지털화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가 미술품 감정에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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