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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서울대 동창회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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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서울대 동창회 해체하라

입력
2002.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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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대가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살벌한 대학입시 전쟁과 학벌주의에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서울대 사람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내가 무언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서울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그게 주로 소극적 책임'과 '적극적 책임'의 혼동에서 빚어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책임이라는 건 원래 소극적인 것이다. 그 누구건 자신의 권리는 적극적으로 행사하려 드는 반면, 책임은 소극적으로 지려고 한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적극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그게 바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정신과 통하는 것일 게다. 한 사회의 지도급 인사와 엘리트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해결의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도 아닌데 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이냐 식의 항변은 옳지 않다. 그들이 사회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그런 기능에 근거한 '상징적 자본'을 향유하는 한 그것은 결코 면책될 수 없다.

내가 따져 묻고자 하는 서울대의 책임은 바로 그런 '적극적 책임'이다.

서울대 사람들은 서울대가 전국의 200여개 대학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대는 기존 대학 피라미드 체제의 최정점에 우뚝 선 대학으로, 서울대가 대학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서울대 사람들로선 좀 억울한 느낌이 들더라도 그런 현실과 그것에 근거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어떨까 한다.

우리 사회의 학연주의는 매우 심각하다.

무슨 비리 사건만 터졌다 하면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게 학연을 매개로 한 커넥션이며, 무슨 인사에 잡음이 인다 해서 살펴보면 그것 역시 학연 커넥션의 부작용이다.

오죽하면 일부 기업들이 기업 내에서의 동창회를 금지시켰겠는가.

어떻게 할 셈인가. 나는 서울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에 벌어졌던 이른바 '서울대 동창회보 학벌 만평' 사건이 그토록 떠들썩했던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의 '적극적 책임'을 묻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총동창회보의 발행부수가 9만부라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건 서울대 총동창회의 부회장단과 고문단 56명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 총국민회'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사회 각계의 모든 지도자급 인사들이 총망라돼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그건 이미 동창회가 아니다. 자진 해체해야 한다. 동창회 문화의 새로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에 발족한 '서울대 장애인 동문회'의 경우처럼, 공공적 이슈 중심의 동창회로 바꿔 나가야 한다.

전국의 모든 동창회들이 공적인 목표를 표방하면서 친목 도모를 하게끔 서울대 사람들이 선도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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