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일 경협추진위 2차 회의를 전격 보이콧함으로써 임동원(林東源) 특사의 방북과 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으로 정상화하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또다시 뒤틀리고 있다.북측은 이날 성명에서 최성홍(崔成泓) 외교부 장관의 방미 발언에 대한 남측 당국의 ‘책임적인 조치’가 있을 때까지 합의 이행을 동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왜 거부했나
북측이 내세운 최 장관의 방미 발언은 회담을 기피하기 위한 핑곗거리일 공산이 크다.
특사 회담 이후 처음 열리는 당국 회담으로 대북 쌀 지원 등 실리가 보장된 회담을 북측이 거부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 군부가 경의선 연결, 개성공단건설 등 경추위 의제들에 대해 제동을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남북관계연구 실장은 “특히 금강산 댐을 건설한 북한 군부가 남측이 이 댐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출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북한이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 담당대사의 방북 등 북미회담 재개의 변수를 검토하면서 남북관계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향후 전망은
북측이 최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은 만큼 이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북측은 지난해 11월에도 홍순영(洪淳瑛)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걸어 4개월 이상 당국간 교류를 중단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경제시찰단 5월중 방문, 6월초 금강산 육로회담 등 특사회담의 합의 이행이 연기될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이 마냥 최 장관의 발언에 집착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특히 북미대화를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대화에 나서야 하고, 경추위를 통해 식량지원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측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다음달 11일 금강산 회담 이전에 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최성홍 외교장관 발언 내용
북한이 문제시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의 방미 발언은 워싱턴 포스트(WP)지 프레드 하이야트 논설실장의 지난달 23일자 칼럼에 실렸었다.
칼럼은 “최 장관은 때로 강경책이 북한을 앞으로 나오게 한다면서 미 행정부의 강경책이 북한의 최근 변화를 유도한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보도직후 외교부는 “최 장관이 인터뷰 당시 ‘큰 채찍을 들고 있더라고 부드럽게 말하라’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미 대통령의 경구를 인용했다”며 “하지만 WP는 ‘부드럽게 말하라’는 부분을 뺀 채 해석했다”고 해명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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