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69) 프랑스 대통령이 5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73) 국민전선(FN) 당수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재선됐다.4,120만 유권자의 81%가 참가한 이날 투표에서 82.06%를 득표한 시라크는 17.94%를 얻은 르펜을 제치고 제5공화국 출범 이후 44년 만에 가장 큰 표 차로 임기 5년의 연임에 성공했다. 대통령 재선은 프랑스 5공 출범 이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현 좌파 내각은 6일 총사퇴했으며 시라크 대통령은 새 총리를 임명해 6월 총선까지 국정을 이끌 과도 내각을 구성할 방침이다.
시라크의 압승은 대선 1차 투표 이후 극우파의 부상을 막기 위해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뭉친 프랑스 정당들과 시민의 승리로 평가된다. 1차 투표에서 조스팽의 탈락이라는 이변을 맞은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등 집권 정당들이 일제히 시라크 지지를 선언했으며 프랑스 전역에서는 투표 전날까지 르펜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1차 투표에서 사상 최저인 71.6%의 투표율이 극우파의 부상을 불렀다고 판단해 결선 투표율은 9%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1차 투표에서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대 최저인 19.9%의 지지를 얻었던 시라크는 결선에서는 정반대로 사상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16.9%의 지지를 얻은 르펜이 결선에서 추가 지지를 고작 1%밖에 확보하지 못한 점도 공고한 반 르펜 연대의 증거이다.
한편 극우파의 부상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 잡았던 좌ㆍ우 정당들은 6월 9일(1차), 16일(2차) 총선을 앞두고 다시 치열한 득표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조스팽의 대선 1차 투표 탈락으로 큰 충격을 안은 좌파는 좌우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 재창출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우파는 대선 낙승의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시라크의 공화국연합(RPR)을 중심으로 총선 후보 단일화에 이미 합의했다.
현재로는 좌ㆍ우가 호각지세다. 1980년대 이후 3차례의 선거처럼 대통령이 우파이면 의회는 좌파가 주도해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유권자 성향이 이번에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조스팽의 낙선에도 불구하고 대선 1차 투표에서 범 좌파 정당의 전체 득표율이 40%를 넘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았던 점도 낙관론의 근거다.
하지만 소프레스와 CSA 등 여론조사기관들은 전체 득표율에서 우파가 4% 포인트 안팎으로 뒤지지만 최종 의석은 전체 577석 가운데 우파가 295석(CSA 분석), 좌파가 258석을 차지해 우파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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