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의 개별 접촉 금지, 전화도 가족에게만.”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은 2일 저녁 선수들에게 금지사항을 통보하는 일로 서귀포 강화훈련 일정을 시작했다. 기자들에게는 대표팀 숙소인 파라다이스 호텔 출입을 삼가라는 통보가 전해졌다.첫 날부터 월드컵 대표팀의 마지막 훈련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주전자리를 꿰차기 위한 선수들간 경쟁도 한 요인이지만 히딩크 감독의 달라진 태도가 긴장감을 팽팽하게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허 진 언론담당관은 “히딩크 감독이 숙소에서 웃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고 말도 많이 줄었다”며 숙소 내의 분위기를 전했다.
“앞으로 하루도 쉬는 날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히딩크 감독은 훈련장에서도 목소리에 칼날을 세우고 있다. 4일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수비수 여효진이 최용수에게 깊은 태클을 하자 히딩크 감독은 “왜 이렇게 생각이 없냐(stupid)”고 호통을 치며 “같은 팀인 것도 모르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행동에 대표팀 관계자들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특히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는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이 생각 없는 플레이를 한다 싶으면 꽁무니까지 쫓아가 호통을 치는데 그 횟수도 크게 늘어났다.
대표팀의 정해성 코치는 “히딩크 감독이 억지로 긴장감을 조성하지는 않지만 대회가 20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팀이 느슨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끝없는 엔트리 경쟁을 유도하는 등 심리전의 고수로 알려진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안색에 따라 알아서 긴장의 고삐를 당기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보내고 있다. 미국과 스페인 전지훈련 때 히딩크 감독을 따라다녔던 애인 엘리자베스가 이번 훈련에 오지 않는 것도 바로 히딩크 감독이 보내는 긴장의 메시지라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말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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