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멀리 있는 가족은 더 그리워지는 가정의 달이다.다정다감한 5월에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집을 생각한다.
'한 사내가 앞서 간 제 아낙에게 한 혼잣말' 이라는 겸사가 붙어 있는 추모시집이다. 이 시집은 1980년대 후반을 울린 베스트셀러였다.
<휠체어에 실려서 잠깐만이라도 꼭 한 번 바깥세상을 보고 싶노라고 그렇게 당신이 마지막 간 이 세상 거리에도 다시 봄이 오고 있네 …> ('봄은 오는데' 중에서) 휠체어에>
■ 최근 자매가 엮은 '아버지의 유산' 이라는 추모 시집을 읽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타계한 아버지와 친구, 어머니, 자매 등의 글이 실려 있다. 아버지는 시를 사랑하는 군인이었고, 엄격하면서도 가족에게 자상했다.
가족은 시를 통한 사랑이 저 세상의 아버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매의 글은 사별의 슬픔을 위로 받고 극복하려는 애잔한 의지로 가득 차 있고, 문학적 세련미보다는 진솔한 감정표현이 여운을 남긴다.
■ <금소 갖다 줘 내 총 우리집은 작은 부대 암호가 있었고 장군님이 졸병도 있었다 …(중략)… 장군님을 잃고 진격방향을 헤매고 있다 암호도 사라져 소금은 소금이라 하고 리모콘은 리모콘이라 한다 패잔병처럼 축 늘어진 어깨 위로 사랑하던 깃발이 펄럭인다 장군님의 호령처럼 끝까지 나아가 싸우라고> (장녀 김정희의 ‘아버지 Ⅲ’ ) 금소>
■ 미국인 스코트ㆍ헬렌 니어링 부부의 저서 '조화로운 삶' 등에는 평범한 농부의 책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에지우드의 우리 밭'의 저자 미첼과 '뉴잉글랜드 농부'의 구어거스 등 여러 농부가 글을 남기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이룬 문화의 두꺼운 지층이 부럽다. 우리도 평범한 사람이 소박한 책을 출간하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가정의 달에 시로 가족 간 사랑을 전하고 추모시집도 펴내 이승과 저승을 잇는 일이 많기를 희망해 본다.
그 시집은 무덤 앞에 차가운 묘비를 세우는 일보다 정겹고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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