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들의 하신 길이 왜 그리 비슷한지…"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5일 노태우 김영상 전 대통령의 탈당사를 떠올리며 나온 말이다. 노 전대통령은 대통령 재임중인 1992년 9월 18일 탈당했고, 김 전대통령도 차기 대통령 선거를 40여일 앞둔 97년 11월 7일 당을 떠났다.
우리 정치에서 대통령의 임기말 당적 이탈은 마치 하나의 '정치문화'인양 자리잡아 가는 듯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도입된 뒤 전두환 전대통령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의 대툥령은 사퇴-탈당 수순을 택했다.
김 대툥령의 탈당 결심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국정 전념과 공정한 대선 관리 등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의 당적이탈은 교과서적으로 볼 때 기형적인 것이고, 책임정치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가 없다. 대통령제의 모델인 미국에서 대통령의 탈당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한 정치학자는 "여야가 있어야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대해 유권자들이 선거로 심판할 수 있다"며 "미번 대선에서 국민의 정부 5년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탈당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잘못됐다. 야당은 과거에는 대툥령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다가 막상 대통령이 탈당하니 '위장 탈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지난해 "대통령의 탈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던 상당수 관계자들은 "대통령 탈당으로 민주당과 노무현후보의 부담을 덜게 된다"며 은근한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김 대통령의 탈당은 다시 한번 우리 정치권의 일그러진 초상을 상기시킨다. 진정한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서도 대통령과 당의 이별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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