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생각은 주변의 조언자들보다 한 걸음 더 나가 있었다.”김대중 대통령의 6일 탈당 방침을 전해 들은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참모들이 최대한 당겨서 잡은 탈당 시점은 9일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주 청와대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이 당측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도 ‘6일 탈당’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에서 흘러나온 탈당설은 대개 월드컵 개막식 이전을 염두에 둔 ‘이 달 중’이거나 야당 후보가 확정되는 시점을 고려한 ‘9일 전후’였다.
정부의 한 고위인사도 “야당 후보가 확정된 이후 상황을 보면서 탈당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더니 대통령은 ‘하려면 빨리 해야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은 정치적 중립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는데도 공격이 계속되자, 무척 실망했다”면서 “아예 논쟁의 여지를 없애겠다는 생각에서 조기 탈당을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탈당 결심에는 아들들 문제에 상심한 이희호(李姬鎬) 여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사는 아들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시종 성경책을 손에서 떼지 않고 있으며, 이런 이 여사의 우울한 모습은 김 대통령이 정치와의 연(緣)을 끊는 수순을 더욱 빨리 선택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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