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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 월드컵 시민의식 / 韓日질서의식 비교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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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고] 월드컵 시민의식 / 韓日질서의식 비교될텐데

입력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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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 TV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질서의식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양국 번화가의 일정지역에 떨어진 담배꽁초의 수를 헤아리고, 꽁초를 버리는 장면도 포착해 보여주었는데, 꽁초 수가 일본이 압도적으로 적었다. 또 일본인들은 하나같이 바로 옆의 재떨이에다 버리고 있었다. 많은 재떨이가 깨끗한 거리의 비결인 것 같았다.일본의 공공장소에는 재떨이 뿐만 아니라 휴지통도 상당히 많다. 바로 옆에 휴지통이 있으면 일반인들이 공중도덕을 위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도쿄의 중심가 시부야엔 실내를 꽉 메운 인파가 바닥에 그려진 지시선을 따라 지그재그로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줄을 따라가면 맨 앞쪽에 선 사람이 20개 이상의 현금인출기 가운데 빈자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람도 빈자리가 생겼다는 경비원의 신호가 없는 한 결코 대기선을 이탈하지 않는다. 이처럼 일본에는 공동체의 질서유지에 필요한 유·무형의 지시선이나 신호가 일상 그 자체라 할 만큼 생활속에 깊이 침투해 있는 듯 하다.

교통문화도 마찬가지다.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은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지만 반드시 ‘일단 멈춤’이라고 쓰여진 집 앞길을 지나 큰길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주린장(駐輪場, 자전거주차장)을 지나 에스컬레이트를 타면 ‘급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걸어가시오’ 라는 표지판을 준수한다.

플랫폼에 열차가 도착하면 내리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지시선에 따라 비켜선 뒤 한 사람씩 순서대로 지하철에 오른다.

이처럼 일본에는 질서의식을 환기시키는 지시선과 각종 신호, 표지판이 많다. “우리나라도 당장 만들면?”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간단하지만은 않다. 일본사회에서 이것이 가능한 것은 특유의 정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 정서중의 하나가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말라’는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 여사(1887∼1969)는 이를 ‘일본은 수치의 문화’라고 표현했다.

일본 학부모 1,4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구몬어린이연구소의 보고서(99년)에 따르면 부모가 바라는 자녀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은 책임감 판단력 상냥함 협조성 등의 순이었다. 삶의 방식에 관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사람’이 상위권에 올랐다. 무한경쟁속에서 1등이나 자신만을 위해 남을 돌아보지 않고 ‘빨리 빨리’를 지향하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국의 시민의식과 질서의식이 적나라하게 비교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부끄러운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휴지·담배꽁초를 마구 버리는가 하면 줄서기보다는 얌체족이 많고 지하철·버스 타기는 거의 전쟁 수준이다.

겉으로 드러난 이런 문화에는 집안의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버릴까봐 휴지통을 아예 길거리에서 철거하는 행정당국의 의식수준과 1등 만능주의 사회풍토, 나밖에 모르는 개인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그리곤 겨우 생각해낸 것이 ‘담배꽁초, 휴지를 버리는 행위: 3만원’이라는 경고표지판이다. 시민의식을 높이고 공공질서를 유도하는 표지판보다 벌칙을 강조하는 표지판을 떠올리면 괜히 입안이 텁텁해진다.

/이시준 숭실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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