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만큼 월드컵대회운영에 직ㆍ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도 드물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중 서울지역에 비가 거의 오지 않은 것을 큰 행운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날씨를 단순한 행운이나 하늘의 선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기상청 사람들이다.서울올림픽 직전 기상청에서 일을 시작한 최치영(崔致英ㆍ45)예보관과 김금란(金錦蘭ㆍ38) 기상연구원은 혹시 모를 하늘의 심술이 대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이들은 각각 예보반과 원격탐사반의 일원으로 기상청이 지난해 8월 구성한 ‘월드컵ㆍ아시아대회 기상지원단’에 소속돼 일하고 있다.
기상지원의 핵심은 예보. 기상예보는 아주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 탄생된다.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의 지상관측자료가 일본에서 통합된 뒤 다시 각국으로 재발송되고 여기에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가 더해져 일기도와 최종예보가 나온다.
최 예보관은 “예보는 최첨단기술과 경험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평소에는 다음날까지 예측하는 6시간예보(하루4회), 3일 뒤까지 전망하는 단기예보(하루5회)가 제공된다.
월드컵 기상예보는 평소와는 다르다. 경기가 시간단위로 치러지는 만큼 예보도 시간단위로, 경기장 중심의 국지적인 미세예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 예보관은 “월드컵대회 때는 ‘차차흐려져 오후 비’ 등이 아닌 ‘어느 경기장에 1시간 후에 비가 오냐 오지 않느냐’의 예보”라며 “경기장별로 풍향 풍속 기온 강수 습도 등이 시간별로 예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웬만한 비에는 경기를 진행하는 축구의 경우 강우시기와 양의 예측이 경기운영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예보의 가치는 실제로 현장에 전달돼 필요한 대비행동을 유발시켰을 때”라며 “월드컵 미세기상예보가 실제로 각 경기장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예보전달체제를 더욱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예보를 위해선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달말부터 대회기간의 순별장기예보로 본격적인 기상지원에 들어간 기상청은 경기장별 기상상황을 예측하기 위해 이미 10개 경기장에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2월말 설치했다.
또 모든 경기장의 날씨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월드컵기상지원 인터넷 홈페이지를 20일 연다. 월드컵대회 기상지원이 세밀해 지는 만큼 평소에도 4개조로 나뉘어 24시간 기상상황을 감시하는 기상청 사람들의 업무부담도 더욱 가중된다.
하지만 “국가적인 위상이 달려있는 월드컵경기는 그 어느 비상 기상상황과도 견줄 수 없다”며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월드컵 성공을 위한 기상지원 준비상황은 아주 맑습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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