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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괴선박 인양 4각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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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괴선박 인양 4각 신경전

입력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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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동중국해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총격을 받고 침몰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가 진전되면서 이 문제가 다시 관계국 사이에 첨예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2일 괴선박에 대한 잠수 조사를 시작한 일본 해상보안청은 3일 승무원의 유체 1구와 무기류를 찾아내는 등 선체 인양에 대비한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선체 인양이 끝난 후 명확히 북한의 공작선임을 입증하는 추가 증거가 드러나면 모처럼 대화 국면에 접어든 북일, 북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양에 적극적인 일본

당초 이런 외교적 부담을 고려해 선체 인양에 신중한 입장이던 일본 정부는 최근 “괴선박 인양은 일본의 범죄수사 일환으로 당연한 주권 행사”라며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83년 영국 어학연수 중 실종된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양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의혹이 3월에 추가로 드러나면서 괴선박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마약 밀수 등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언론이 집중 제기해 인양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유사(有事)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심의 과정에서 괴선박 문제는 일본의 안보환경이 위험하다는 논리를 뒷받침해 주는 대단히 유용한 재료이기도 하다.

정보에 관심 많은 미국

사건 발생 당시부터 괴선박의 항로 정보 등을 신속히 일본측에 전해주는 등 협조했던 미국측도 “필요하다면 지원할 수도 있다”며 인양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미국을 방문한 일본 연립여당 간사장들에게 괴선박 인양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괴선박과 동일한 형태의 선박이 사건 직전 중국 상하이(上海)의 군항에 정박 중인 모습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미국이 일본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미국은 괴선박에서 나올 정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인양을 반대하는 중국

괴선박 침몰 해역이 중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은 시종 선체 인양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국제해양법에 근거한 자원이나 환경문제 등 중국의 권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중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다. 중일 관계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방중 직후인 지난달 21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바람에 현재 아주 미묘한 상태다.

중국측은 일단 일본의 괴선박 잠수조사는 용인했지만 선체 인양 자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의 영향을 우려하는 한국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은 1일 일본 야당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안정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괴선박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이 발언이 괴선박 문제가 북미ㆍ북일 관계, 나아가서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한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조사현황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은 지난해 12월 22일 밤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오시마(庵美大島) 북서쪽 150㎞ 해상의 일본측 EEZ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의 정선 명령과 위협 사격을 무시하고 중국측 EEZ로 달아나다가 순시선의 기관포 사격으로 침몰했다.

추정 승무원 15명 중 2명은 침몰 직후 익사체로 인양됐고 한글이 쓰여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소지품에서 북한 담배와 과자봉지가 나왔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3일 유인잠수정과 잠수부를 투입한 잠수 조사에서 유체 1구와 구 소련의 대전차용 로켓탄 발사장치 RPG-7, 기관총ㆍ자동소총용 탄창, 탄환 등을 수거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유체가 로프로 선체에 묶여 있었고 선체에 묶여있는 유체가 몇 구 더 확인됐다며 승무원들이 선체와 함께 가라앉기 위해 로프로 스스로를 결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5일 보도했다.

괴선박 선체는 수심 90㎙ 해저에 거의 똑바른 상태로 가라앉아 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기술을 볼 때 인양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해상보안청은 7일까지 잠수조사를 마친 후 이르면 이달말 선체를 인양할 계획이다.

도쿄=신윤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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