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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패트롤] 시네마 대전!

입력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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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가상현실 스튜디오. 공중 하이재킹을 다룬 영화 ‘발해’의 특수촬영이 진행되고 있었다.50평 남짓한 스튜디오 촬영장에서 F16 정밀 모형전투기가 박진감 넘치는 교전을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로봇 카메라는 레일 위를 달리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촬영기술을 발휘했다. 카메라와 시뮬레이터, 음향시설 등 첨단 장비로 무장한 이 스튜디오는 비행기를 소재로 한 국내 최초 특수촬영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김현빈 책임연구원은 “첨단기술을 발판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특수촬영을 전담할 체계적인 조직을 구축한 뒤 더욱 정교한 작품을 제작하는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도 본격화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이 한국 영화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기술과 장비, 인력으로 무장한 대덕연구단지의 스튜디오 뿐만 아니라 대전 도심과 외각 곳곳이 영화 촬영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구 둔산동 평송 청소년수련원 뒤편 모래밭에서도 그랬다.

코믹액션 ‘뚫어야 산다’의 촬영 장소였던 그곳은 어느새 백색 십자가가 즐비한 공동묘지로 둔갑하더니 유명 배우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매우 즐거워했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촬영을 돕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대전에서 이루어진 영화촬영은 2편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월 현재 벌써 8편의 영화촬영이 예정돼 있다.

여기저기서 영화를 찍고 싶다는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20여 편의 영화가 대전에서 촬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영화계는 “시 영상위원회를 서둘러 구성, 체계적인 제작 지원활동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성황이다.

왜 갑작스럽게 대전일까. 영화인들은 21세기 과학도시의 이미지와 수려한 전원도시의 특성을 겸비한 대전이 영화 촬영지로서의 구비 요소를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달 대전 최초의 영화제작사 네오디지픽쳐스를 차린 박종석씨는 “대전에서 10년간 살다 보니 (영화촬영지로서)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과 인력의 보고인 대덕연구단지와 대덕밸리가 지역 내에 있다는 점도 영화도시 대전의 성장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대전시는 1월 문화산업지원센터를 개설하는 등 영화도시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장점을 체계적으로 결집하고 발전시킨다면 대전이 새로운 영화의 메카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영화인들은 “무엇보다도 시와 시민이 영화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대전이 새로운 영화도시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정복기자

cjb@hk.co.kr

■지원에 팔걷은 대전시

새로운 영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는 대전시는 다양한 영화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는 1월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업체를 유치하는 문화산업지원센터를 설치했다.

또 6월중 국내 유일의 프로덕션형 영상교육기관인 대전영상원을 개원할 계획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영상관련 원천ㆍ응용기술을 확보한 특수시설을 설치하고 교육 및 실험 프로그램도 마련키로 했다.

시는 영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1년 과정의 영화학교도 곧 만들 예정이다.

시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대전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사업. 엑스포과학공원에 대덕연구단지(55개 연구기관)와 대덕밸리(1,000여개 벤처기업)를 연계한 문화산업 집적 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과학공원의 전시관을 리모델링해 특수촬영세트장, 필름현상소, 특수영상체험관, 벤처클럽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9월까지 실시설계를 마치고 10월중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박철수감독이 말하는 대전

“대전이야말로 영화를 위한 도시입니다. 환경과 인적ㆍ기술적 인프라는 그야말로 세계적입니다”

4년 전 충무로에서 대전으로 둥지를 옮긴 박철수(朴哲洙ㆍ54ㆍ박철수필름대표) 감독의 평가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직 그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그는 “정부가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을 중심 축으로 하는 영화 관련 인프라를 활용, 영상문화 사업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대덕연구단지 및 대덕밸리의 첨단과학 기술과 연구 인력을 엑스포과학공원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면 영화 생산에서부터 전문인력 양성, 국제영화제 개최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 메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전에 정착한 뒤 영화 ‘봉자’와 ‘스물넷’을 제작,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돋보이는 실험성과 작품성으로 호평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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