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린이 5명 중 1명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생계를 위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또 1억 5,000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 실조에 시달리며 해마다 1,000만 명이 예방 가능한 병으로 숨지고 있다.유엔은 8~10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150개 국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유엔 어린이 정상회의를 열기 앞서 최근 10년 동안의 어린이 구제 사업 성과와 실태를 평가한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지난 해 9월 18일로 예정했다가 9ㆍ11 테러로 연기한 이번 회의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주도로 10년 만에 열리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을 대신해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다. 특히 유엔 회의 사상 처음으로 300여 명의 어린이 대표들이 참석해 연설하고 주요 토의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전세계의 15세 미만의 어린이는 모두 21억 명이다. 유아 사망, 영양 결핍, 교육 기회 박탈, 노동 강요, 질병 노출 등 당면한 여러 문제 가운데 최근 10년 동안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것은 어린이 에이즈 감염자의 급증이다.
2000년 말 현재 전세계 15세 미만 에이즈 환자는 140만 명에 이른다. 개발도상국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3,610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여성 환자만 1,640만 명을 차지한다. 에이즈 때문에 부모를 잃은 어린이는 2000년 현재 1,040만 명으로 10년 동안 10배 가까이 늘었다.
유아 사망률과 영양 결핍도 심각한 상황이다. 제1차 유엔 어린이 정상회의 때보다 어린이 사망자 수가 300만 명 이상 줄긴 했지만 해마다 태어나는 1억 3,000만 명의 어린이 가운데 1,000만 명 이상이 5살에 이르지도 못하고 숨을 거둔다.
하루에 필요한 최소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저체중 등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어린이도 아직 1억 5,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5세 미만 북한 어린이들의 체중 미달 비율이 60%에 이르러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와 함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49개 개발도상국의 5~14세 어린이들의 19%는 가사 노동(12%)을 포함한 갖은 유형의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해 제도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어린이도 1억 2,000만 명이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과 중동 지역은 남자 어린이가 각각 63, 84%의 진학률을 보인 반면 여아는 57, 77%에 그쳐 차별이 심각했다.
각국 대표들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못 다니는 어린이 절반으로 줄이기 ▦5세 미만 어린이 사망률 3분의 1 줄이기 등 향후 10년 간 도달할 20개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구상을 채택할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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