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프랑스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선 74년 이후 24년간 집권해온 후안 아벨란제(브라질) 회장이 물러났다.그는 재임중 상업주의를 기치로 축구를 전세계적인 종목으로 발전시켰지만 조직과 재정의 비밀운영, 독재적 리더십, 편파주의로 FIFA를 부정적인 폐쇄집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그의 계승자임을 자처한 제프 블래터에게 회장직을 물려줌으로써 FIFA의 부패와 폐쇄성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98 대회부터는 본선진출국이 종전 24개국에서 32개국으로 확대됐다. 아시아의 출전티켓도 2장에서 3.5장으로 늘어났다. 일본이 처음 본선에 출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 역시 어느 때보다 수월하게 본선무대를 밟았다.
6승1무1패로 일찌감치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본선티켓의 증가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16강 진출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 24개국이 본선 조예선을 벌일 경우 조 3위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조 2위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아시아 국가들은 2라운드에 한 팀도 진입하지 못했다.
조예선 48경기중 16개가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세계축구가 전력 평준화 양상을 보이고 있었지만 아시아 축구는 아직 세계수준을 따라 잡지 못했다. 세계축구는 바야흐로 유럽의 힘과 조직력, 남미의 기술이 결합된 이른바 아트사커(예술축구) 시대로 접어 들고 있었다.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가 아트사커그룹에 분류됐고 아프리카 팀은 힘, 잉글랜드와 독일은 개인기에서 세계 수준과 차이를 보이며 무너졌다.
특히 8강전에서 독일을 꺾고 4강에 오른 크로아티아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과 공수의 완벽한 조직력을 과시, 세계축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승전은 각각 최고의 공격력,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브라질과 프랑스가 맞붙었다.
그러나 결과는 방패의 승리였다. 지네딘 지단의 완벽한 공수조율이 빛났다. 반면 세계 최고스타 호나우두를 앞세운 브라질은 프랑스의 철벽수비에 막혀 황제 자리를 내주었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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