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탈당은 과거의 경우 대통령 선거의 중립적 관리를 위해 선택하는 정치적 카드였다. 때문에 탈당은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선거 한,두 달 전에 이루어졌다. 노태우(盧泰泰) 전 대통령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그랬다.따라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대선을 7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6일 탈당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앞당겨진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마지막 카드나 다름없는 대통령의 탈당이 조기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상황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얘기가 된다.
끊임없이 비리의혹이 터지고, 그 의혹에 대통령 아들들이 연루되고, 야당은 무차별 공세를 퍼붓고, 여당은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게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자 현실이다. 만약 김 대통령이 국면 타개를 위해 이런 저런 수단을 쓰면 쓸수록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있다.
김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노태우, 김영삼 두 전임 대통령들이 권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 여당으로부터 냉대를 받았던 과거의 사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결국 사는 방법을 찾다가 더욱 위기에 몰리는 것보다는 모든 것을 버려서 사는 방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아들들 문제에 대해서도 ‘법대로 처리’라는 결심이 섰다는 해석이 조기 탈당을 통해 읽혀진다.
김 대통령은 탈당으로 정치와의 연을 끊고 국정으로 승부하겠다고 작심한 듯 하다. 따라서 탈당은 일차적으로 야당의 공세를 약화시키고 잠재돼있던 여당의 불만을 차단하는 방어적 효과를 거두는데다, 적극적 차원에서는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당면한 월드컵 대회, 상승곡선을 그리고는 있지만 마음 놓을 수 없는 경제 등 국정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이후의 평가를 염두에 두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탈당의 선택을 당기면서 마음 속에 둔 것도 이런 평가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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