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대선경선 후보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것은 가장 경쟁력 있는 한나라당 후보임을 재확인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 여권의 거센 흠집내기, 이와 동시에 당내에서 꿈틀댄 필패론과 대안론 등으로 보아 ‘이회창 대세론’의 확인 자체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거대한 표 쏠림은 대세론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의미 이 후보는 충북과 서울대회를 남겨 둔 5일 현재 7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끌어냈다. 그 원동력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당원과 국민의 정권 교체 열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 세력은 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를 원했으며, 이 후보를 그 적임자로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당내 민주화나 활기 넘치는 정당으로의 변신보다는 대선 승리 가능성을 최우선 잣대로 삼은 셈이다.
압승으로 매듭돼 가는 경선 결과는 이 후보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상당한 의미로 다가 오고 있다. 경선 초반부터 뚜렷하게 드러난 이 후보로의 표 쏠림은 지지 세력에게는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번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봉합되고 있고 여권의 공세 등으로 흔들리던 모습과 달리 당도 눈에 띄게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경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가져다 준 부수 효과이다. 이 기간 동안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해 온 것도 이 후보측으로서는 고무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전망 및 과제 여야 대결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와 이 후보의 싸움으로 정리된 상황에서 이 후보는 우선 노무현 바람을 잠재우는 데 진력할 수 밖에 없다. 당내의 대세론을 바깥으로 확산시키는 일이자 대선 승리의 열쇠이다.
노 후보의 ‘변화의 정치’는 ‘안정감 있는 정치’로 대응하고 ‘신민주연합론’에 대해서는 구호 차원에 머물러 온 ‘국민대통합론’을 보다 구체화해 인위적 정계 개편 구도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그 핵심은 아무래도 ‘반(反)DJ’를 고리로 한 범야권 결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차원에서 펼치고 있는 권력비리 청산 투쟁에도 앞으로는 이 후보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측의 가장 중요한 대선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후보측은 이를 통해 97년 대선 전 국민의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 냈던 ‘대쪽’, 클린 이미지를 되살린다는 복안이다. 이런 이미지는 정권의 부정 부패 의혹에 대한 국민 반감이 거셀수록 더욱 커다란 흡인력을 갖기 때문이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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