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 파크뷰 아파트를 특혜 분양 받았다는 130여명의 분류 및 이 명단의 활용 과정을 들여다보면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주장이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130여명도 특혜 분양자의 명단이 아니고 단순히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만한 인사들을 추려 낸 것이어서 ‘사회 지도층=특혜 분양’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한 김 전차장의 주장은 사실과 어긋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명단 작성
파크뷰 아파트가 100대 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면서 여권 실세 K씨 등이 용도변경에 개입, 특혜를 줬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자 김 전 차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전면적인 조사를 지시한다.
김 전차장은 심복인 정성홍(丁聖弘) 전과장 주도아래 측근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가동, 분양자중 일단 정치인, 5급이상 공직자, 업무 관련성 있는 공무원, 교수, 언론인 등으로 분류토록해 본인과 가족명의로 분양받은 130여명의 명단을 추려낸다.
그러나 정작 김옥두(金玉斗) 민주당 의원 이외에 기대하던 여권 실세의 명단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당시 명단을 근거로 분양 받은 경위를 파고들수록 정작 문제가 되는 ‘아파트 뇌물’ 은 드러나지 않고 대부분이 분양대행업체나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분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이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 선착순 분양을 통해 경쟁하지 않고 사전에 분양받은 경우가 일부 확인됐으나 법적으로는 문제삼기 어렵다는 내부 결론도 내려졌다.
■명단 활용
김 전차장 등은 의외로 문제 소지가 크게 발견되지 않자 어차피 조사해 놓은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국정원 직원들의 정보활동에 이용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 분양을 받은 것 처럼 몰아 평소 정보 활동에서 해당 공직자를 ‘정보원’으로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였다.
국정원 내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적 하자는 없으나 도덕적 문제가 있을 경우 기관장에게 통보해 경고나 인사에 반영하는 것이 관례였던 점에 비춰 국정원 직원 개인에게 활용토록 하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내포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선착순 분양 질서를 무시하고 분양 받은 몇몇 정치인 공직자는 해약을 유도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검사 한명ㅇ르 포함한 3명 정도는 이에 따라 해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다수 공직자들은 “합법적으로 분양을 받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거세게 반발, 실제 해약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당시 정보활동에 참여했던 내부 관계자의 얘기다.
나중에 우연히 부하직원들의 명단을 전해받은 모 부처 고위 간부는 “직원들이 자기 돈으로 합법적인 분양을 받았는데 문제 될 게 뭐냐”며 명단을 버린 뒤 직원들을 아예 불문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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