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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일단뛰어' 동갑내기 감독·배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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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일단뛰어' 동갑내기 감독·배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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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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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일단 뛰어’는 일단, 젊은 영화다. 조의석 감독과 주연배우 송승헌, 권상우가 26세, 김영준이 22세. 학업에는 뜻이 없는 세 고교생에게 떨어진 달러 한 가마니(우리 돈으로 21억원). 그리고 이들을 쫓는 돈임자와 형사.‘조폭’ 영화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고 ‘양아치’ 영화보다 경쾌하다. 한 마디로 잘 만든 상업 영화. 동갑내기 감독과 배우가 만났다.≫

조의석:상우씨는 얼굴이 동안이라 ‘화산고’에 이어 또 고교생으로 나왔어.

권상우:(연기를) 오래오래 해먹으려는 거지요, 뭐! 참, 고교때는 어땠나?

조의석:그냥 평범한 학생. 고교 2학년때부터 영화에 빠져 시네마테크 같은 데서 영화를 봤다.

권상우:나도 마찬가지. 다만 공부보다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격투기 등등.

조의석:5개월간 촬영하면서 찍은 18만자(영화상영분은 4~5만자)중에서는 아까운 게 많았다. 특히 상우씨는 드라마( ‘지금은 연애중’)를 하고 있어 단독장면을 많이 찍지 못한 것 같다. 잘라낸 부분도 있고. 그런데 잘 이해줘서 고맙다.

권상우:음. 흥행이 안되면 이해 못하지. 하하.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경험이 많은 사람처럼 보여 현장에서 믿음이 갔다. 이번 영화를 찍고 배운 점이라면 연기를 좀 여우같이 해야겠다는 점!

조의석:그럼, 몸을 사린다는 얘기? 뭐 나쁘지 않다. 계약서 사인하는 순간부터 ‘나이어린 독’이란 타이틀이 매우 부담됐다.

권상우:데뷔부터 임권택 감독님과 맞장을 뜨다니! (‘취화선’과 ‘일단 뛰어’는 둘 다 10일 개봉) 하지만 우리 영화에는 흥행 코드가 많아 걱정이 별로 안 된다.

조의석:돈가방, 강탈 영화 이런 영화와 어떻게 차별화할까가 고민이었다. 그래서 사건 보다는 캐릭터로 차별화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악동 정도로 부르면 좋을만한 아이들. 철저히 오락 영화를 만들려 했다.

감독을 하면서 돈도 못벌고, 다음 영화도 못하는 것은 생각도 안했다. 물론 영상원에 입학해서는 예술 영화에 대한 일종의 부담 같은 게 있었다.

연륜이나 능력이 부족하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영화는 관객을 즐겁게 해야 한다.

권상우:우리 영화에서 ‘박하사탕’을 찾아서는 안된다. 사실은 코믹한 연기보다는 슬픈 영화를 좋아한다. 흥행이 되지 않더라고 내면이 보이는 연기를 언젠가 하고 싶다.

설경구 선배도 ‘박하사탕’을 보고는 전혀 매력을 몰랐는데, ‘공공의 적’을 보고는 배역에 몰입하는 능력에 감탄했다.

조의석:사실 영화에서 세 친구들 사이에 한번쯤 배신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었는데 그렇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송승헌의 행동도 가벼운 배신 정도. 욕도 좀 자제하고 싶었다. ‘15세 관람가’에 맞추려는 상업적 고려도 있었고.

권상우:사실 다음에 이런 걸 한다면 그 땐 ‘빡세게(강도세게)’ 해보고 싶다. 그리고 결말도 좀 더 기쁜 표정으로 해피엔드를 확실히 하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 찍을 때 감독이 말한 것 기억 나나. “돈이 있는 지 없는 지 모르는 표정으로!”

조의석:그렇게 끊은 것이 관객들로부터 “귀여운 녀석들”이란 반응을 얻을 것 같았다. 그 장면이 가장 좋다. 상우씨는 내가 너무 가볍게만 그리려고 했던 캐릭터에 무게를 적당히 잡아주어 고맙다. 특히 그 시니컬한 미소! (그리고는 권상우에 기대며 “나 잘했지!”)

권상우:느낌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조 감독과 다음에도 영화를 했으면 좋겠고. 저 사람은 (영화 속의) 누구로 느껴진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배우.

조의석:이번 영화에서는 ‘젊은 감각’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때문에 드라마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나를 두고 ‘속에 늙은이가 들었다’는 말들도 한다. 만들 때마다 다른 장르, 다른 시도가 됐으면 좋겠다.

동갑내기인 조의석감독(왼쪽)과 배우 권상우. 친구처럼 편하게 농담도 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긴장 관계도 느껴지는 재미있는 관계다.

▽조의석

1976년생.

서울종합예술학교 영상원 1기 영화과 졸업.

단편 ‘판타 트로피칼’(99) ‘폴라로이드’(2001) 연출.

국내 최연소 장편 영화 감독 데뷔.

▽권상우

1976년생.

한남대 미술교육과 휴학중.

TV ‘맛있는 청혼’ ‘신화’ ‘지금은 연애 중’ 영화 ‘화산고’ 출연. ‘데우스마키라’(이현하감독)에 캐스팅.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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