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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금강산댐 만반 시나리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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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금강산댐 만반 시나리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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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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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원산 인접지역에 80만㎾로 추정되는 안변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임진강 수계에 내평댐과 장안댐을, 북한강 수계에 전곡댐과 금강산댐(임남댐)을 축조하고 이들 댐의 물을 45㎞에 달하는 터널수로를 통해 발전소에 공급하는 계획을 세우고 1986년 10월 금강산댐을 착공했다.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이 건설하는 높이 200m, 저수용량 200억톤의 금강산댐이 붕괴되면 여의도 63빌딩까지 물에 잠긴다는 ‘수공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댐 건설로 연간 18억톤으로 추정되는 물이 북한강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북한강 수계는 심각한 물부족 사태에 빠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우려되는 댐붕괴 사태다. 이미 우려의 정황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미국 위성사진에 의하면 댐 안전에 필수적인 여수로(저수지 설계용량을 초과한 물을 방류하기 위한 구조)가 없다.

둘째 금강산댐 위치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석회암지대로 고도의 정교한 설계와 시공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비전문인인 군인에게 시공을 맡겼다.

셋째 부실시공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땜질한 금강산댐 사진과 1월 중에 발생한 평화의 댐과 화천댐 지역의 ‘괴이한 홍수’다.

철원(52㎜)과 인제(61㎜)지역의 1월 강우량을 감안할 때 강우로 인한 홍수는 아니었다.

댐 시공 과정에서는 자중(自重)으로 인한 댐의 침하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침하가 완전히 끝난 뒤에 물을 채워야 하지만 금강산댐은 공사중인 96년부터 물을 채움으로써 댐 하부층 흙입자의 틈(공극)에 물이 스며들었다. 이로 인해 댐 하부구조가 이완되어 파이핑(공극을 통해 물이 스며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고, 공극이 커져 물이 새 나와 파이핑 상층부의 댐이 가라앉은 것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댐 상층부의 두 지점에서 부분 침하가 발생해 보수한 것으로 보인다.

부실공사의 정도가 심하지 않았으면 공극은 댐 상층부를 주저앉히지 않고 터널 형태로 남았을 것이다. 부실공사의 극치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책은 무엇인가.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상적인 것은 종전과 같은 유입량을 전제로 댐 붕괴의 우려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그들이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대신 우리 기술자를 파견하여 확실한 보강공사를 하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전력 공급과 보강공사 지원이 별도의 댐을 건설하는 것 보다 실익이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열쇠는 보강공사 후에 북한이 우리 의도에 따라 댐을 조작하느냐 하는 문제다. 불확실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 시나리오는 용수 전용 댐을 건설해 금강산댐 붕괴에 대처하는 방안이다.

현재 추정되는 금강산댐의 저수용량은 3억~6억톤으로 평화의댐(5.9억톤)과 화천댐(6.6억톤)을 합친 12.5억톤의 용량으로 어려움 없이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물이 내려온다 하더라도 화천댐의 방류량을 늘이면 파국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화천댐 최대 방류량인 시간당 5,42톤의 55%인 시간당 3,000톤을 24시간 방류한다면 2.5억톤의 추가용량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금강산댐 붕괴에 대한 항구적 대책이라면 평화의 댐 상류 10㎞ 지점인 휴전선 부근에 콘크리트 벽으로 일종의 ‘대항댐(check dam)’을 구축해 흘러내려오는 물을 북으로 역류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는 당연히 금강산댐의 위험성을 일찌감치 국민에게 알리고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

이것은 인접지역 주민의 불안해소 차원을 넘어 수도권 국민, 나아가 전 국민에 대한 정부의 지극히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7일로 예정된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라도 이 문제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표명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함께 수립하여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태훈 한양대 토목공학(수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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