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ㆍ일 공동개최를 앞두고 최근 일본에서는 일종의 한국붐이라 할 수 있는 현상이 일고 있다.각 방면에서 한국에 관한 행사가 열리고 언론에는 특집이 꾸며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판계에서도 한국 관련 서적이 전보다 많이 번역, 출판되고 있다.
최근 신문 서평란에서는 ‘조선반도의 가장 긴 날’이 한국관련 서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언론사 기자 등이 쓴 이 책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기까지의 과정과 배경을 검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한 뒤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일대 정치 이벤트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받고 있는 일본에게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재벌의 흥망’에 대한 서평도 싣고 있는데 이 책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한일비즈니스’의 발행인 겸 사장인 지동욱이 썼다.
일본 식민지 지배 시절 재벌의 기원부터 김대중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 재벌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정치와 기업의 양상은 그 나라의 국민성을 상징한다. 부와 인재를 자랑하며 한국경제에 군림하는 재벌은 그야말로 한국발전의 상징이며 동시에 약점을 보여준다”로 시작해 “재벌의 흥망에서 한국인의 강함이 보여진다”로 끝을 맺고 있다.
지난달 26일 간행된 ‘현대 한국단편선’(전2권)도 한국 서적 번역서 중 빼놓을 수 없을 것같다.
이 책은 도쿄외국어대 교수로 일본에서 손꼽히는 한국문학 전문가인 사에구사 토시카즈 등 5명이 한국의 문학작품을 함께 번역한 것이다.
상권은 1990년대, 하권은 1980년대의 한국단편소설을 번역해 싣고 있다. 사에구사 토시카즈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나온 한국문학 번역서가 한국어의 표현을 죽인 채 일본어로 번역됐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한국어의 문장 표현을 일본어로 그대로 살리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사에구사 토시카즈는 일본어로는 조금 낯설더라도 한국어의 문장 표현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일본문화 전문가는 ‘코스메틱 국제화’라는 말로 일본의 국제화를 꼬집어 지적한 적이 있다. 일본의 국제화가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지향하기보다는 코스메틱(화장품)처럼 일종의 유행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일고 있는 한국붐이 단지 유행에 그치지 않고 서로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로 나아가는 입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황선영 도쿄대 비교문학·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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